북한과 중국이 7일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서 황금평 경제지대 공동개발 착공식을 가졌다. 단둥과 붙어 있는 북한 땅인 함경북도 신의주의 황금평(면적 11.45km²)을 공동 개발하는 것으로 양국이 사실상 ‘경제특구’에 해당하는 지역을 개발하기는 처음이다. 이번 ‘황금평 특구’ 개발을 시작으로 양국의 접경지대 경제협력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9일에는 북한 나선특구 합작개발 착공식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 양해각서 체결 후 6개월 만에 착공
황금평 특구 착공식은 황금평의 북-중 중간지대에 철조망을 뚫고 만들어진 행사장에서 진행됐다. 중국 공안은 취재진 등의 행사장 접근을 차단했으며 오전 10시 반경부터 40분 정도 진행됐다.
착공식에는 북한에서 북-중 경제협력을 주도하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과 이수영 합영투자위원장, 중국에서는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 등이 참석했다. 또 양국 관료와 단둥과 황금평 현지 주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착공식장 곳곳에 ‘조중 친선’ ‘공동 개발’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풍선 수십 개가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행사 2시간여 전부터 군악대 연주와 북한의 노래 ‘휘파람’ 등이 흘러나왔다. 행사 중에는 축포가 터지고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수백 마리가 날아올랐다.
이날 착공식은 지난해 12월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합영투자위원회와 중국 상무부가 ‘황금평 나선특구 합작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6개월 만이다. 이날 저녁 황금평 인근 크라운호텔에서는 중국 측이 주재한 환영 만찬이 열렸다.
○ 북-중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떨어져
북한이 확정한 ‘조중 나선 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 경제지대 공동개발 계획 요강’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에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황금평에 상업센터와 정보산업, 관광문화산업, 현대시설농업, 가공업 등 4대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땅을 내주고 중국의 투자를 유치해 고용을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북한은 핵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고립된 상황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돌파구로 삼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둥 시는 이미 시 청사까지 황금평과 붙은 신도시 지역으로 옮기는 등 황금평 개발에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갯벌인 데다 압록강철교로만 접근이 가능한 위화도의 개발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황금평 특구’를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어내는 계기로 삼고 있다. 또 단둥 개발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동북 진흥 산업의 핵심 프로젝트로 선정됨에 따라 북한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황금평 특구 착공식은 이런 양측 이해의 접점에서 이뤄졌다.
북한은 2002년 9월 ‘신의주 경제특구’를 지정하고 초대 장관에 중국인 양빈(楊斌)을 지정했으나 중국이 2002년 10월 양빈을 비리 혐의로 구속함으로써 무산됐다. ‘황금평 특구’는 양국 합작으로 착공식까지 마쳤으나 중국이나 다른 국가의 투자가 얼마나 이뤄질지는 북한의 개방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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