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낮잠 ‘北인권법’ 또 무산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3년 가까이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북한인권법안의 처리가 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안에 대항해 민주당이 14일 북한민생인권법안을 발의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15일 “(북한 주민에 대한) 민생지원을 핑계로 법안 처리를 미룰 필요가 없다”며 “더 이상 민주당은 북한인권법 처리를 가로막지 말라”고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은 북한 인권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래서 민주당이 북한민생인권법을 낸 것이다”라고 맞섰다.

○ 분리 처리냐 병합 심사냐

한나라당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본보 기자와 만나 “북한인권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해 논의하고 민주당이 새로 낸 민생인권법안은 따로 논의를 진행하면 된다”며 분리 처리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노 부대표는 “법사위에 넘어간 북한인권법을 다시 외교통상통일위로 되돌려 보내 북한민생인권법과 같이 병합심사를 하거나 민생인권법을 외통위에서 처리한 후 법사위에서 두 법안을 같이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급하게 민생인권법을 국회에 낸 것은 북한인권법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한 꼼수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직권상정이라도 해서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북한인권법 발의자 중 1명이고 이 법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것도 변수다.

○ 무엇이 다르기에….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은 황 원내대표가 2008년 7월에 낸 법안 등 4개의 관련 법안을 통합·조정해서 지난해 2월 외통위의 대안으로 만든 것이다. 주요 내용은 △통일부에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두고 △통일부 장관은 3년마다 북한인권기본계획을 수립해 매년 기본계획에 따른 집행계획을 수립·시행하며 △외교통상부에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를 두고 △관련 연구와 정책개발, 국내외 활동을 돕는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 법안 8조에는 “국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경우 인도적 목적 외에 군사적 용도 등 다른 용도로 이용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내용도 있다. 민주당 노 부대표는 “이 부분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규제하는 조항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이 낸 법안은 △통일부 장관은 매년 국회에 북한 인권 증진과 인도 지원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고 △통일부에 인도주의자문위와 인도주의정보센터를 설치하며 △평화통일 촉진, 동포애 확산을 위한 국민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이 법안에 대해 “북한 인권 대신 인도주의만 집어넣은 ‘짜깁기’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보-혁 대리전

민주당은 북한인권법안 15조도 문제 삼고 있다. 이 조항은 “정부는 북한인권재단을 통해 북한주민 인권 증진 관련 민간단체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민간단체 활동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는 “대북 전단이나 날리는 보수단체에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 북한 주민의 인권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보수단체에서 압박을 받고 북한인권법안을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에 이처럼 완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내년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야권연대 대상인 진보세력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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