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벌써부터 정치권 줄대기, 복지부동

  • 동아닷컴
  • 입력 2011년 6월 16일 20시 24분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기강잡기가 예고된 가운데 정부는 관가의 고질적인 병폐인 '정치권 줄 대기'와 복지부동(伏地不動)에 대해서도 감찰을 강화해 엄벌할 방침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4년차를 맞으면서 선거분위기에 편승해 흔들리는 공직기강을 다잡아 레임덕이 더욱 가속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15일 38개 중앙부처 감사관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공직자들의 정치권 줄대기와 복지부동에 대한 감찰을 강화해 적발할 경우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자체적으로 관련 정보 수집에 나선 상황이다. 자체 점검을 통해 의심되는 공직자에 대한 정보가 확보되면 총리실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조사한 뒤 처벌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총리실에서 향응 수수 등 비리뿐만 아니라 정치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자체 점검활동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며 "각 부처 감사담당 직원들이 관련 사례를 적발하기 위한 조사에 이미 돌입했다"고 말했다.

관가에서는 이미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상당수 고위 공무원들이 출마를 준비하거나 유력 정치인들에게 줄 대기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실제 한 기관장급 공무원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따내기 위해 주말마다 자신의 고향을 방문하고 있다. 해당 지역구의 현역 의원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어렵게 됐다는 소식에 올 초부터 지역 유력인사들을 만나 표심 다지기에 들어간 것. '모셨던' 관료 출신 인사의 출마를 돕기 위해 치적을 홍보하거나 지지발언으로 후선지원에 나선 공직자들도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줄 대기' 경쟁도 치열하다. 유력 대선 후보 캠프에는 이미 각 부처의 정책은 물론 극비에 해당하는 청와대 회의 내용까지 5분 내에 전달되고 있다는 소문도 관가에 돌고 있다.

선거를 앞둔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역시 공직사회 기강 잡기의 주 타깃이다. 최근 '반값 등록금' 논란과 복지 확대 등 각종 정책을 두고 정치권의 입김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공직 전반에서 정책 과제들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무산 논란이 대표적.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이 안 움직인다"고 국무위원들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복지부동 현상은 중앙부처보다 지방에서 더욱 심각하다. 정부 관계자는 "굵직한 정책들일수록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지만 집권 말기가 될 수록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특히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떨어지는 지방은 차기 권력이 누가 될지에 관심을 두고 일손을 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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