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북한 정권에 주민 인권 개선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합니다.”
국제 인권 전문가인 김미경 일본 히로시마시립대 교수는 16일 채널A 기자와 만나 “북한인권법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최근 상황은 한국이 ‘인간 안보’를 경시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제정치학회와 세계정치학회 산하 인권위원회가 이날부터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의 발표와 토론을 맡은 김 교수는 “한국이 문제를 방치하면 탈북자 증가 등에 따른 비싼 대가를 치르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은 북한 인권 문제가 자신들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낮다”며 “이는 냉전 종식 이후 20년 동안 북한 핵문제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과 주변국들은 북한 인권문제를 핵 문제와 전략적으로 분리해 다루면서 탈북자들의 인권 유린을 막고 한목소리로 북한 정부에 인권 상황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론 분열과 정권교체에 따라 대북정책이 급변하는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의 주장은 냉전 종식 이후 20년간 북한 인권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된 원인을 주변국들의 정책에서 찾으려는 시도다.
이날 발표자로 나온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도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북한 인권 정책이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스스로의 인권을 증진하면서 북한의 대외환경과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고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김 교수와는 다른 해법을 내놨다.
이무성 명지대 교수는 “한국과 주변국들은 유럽연합(EU)이 과거 20년 동안 ‘다자적 접근’을 통해 문제 해결에 기여한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EU는 유엔 등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면서도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인도적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허만호 경북대 교수는 “북한의 인권 악화 원인은 북한 체제에 있다”면서 “김정일 정권이 교체되지 않으면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냉전 이후 정치적 민주화와 인권 개선에 성공한 몽골을 북한과 비교한 뒤 “몽골의 독재자들은 상대적으로 유연했고 지식인들은 국제사회와 협력해 정부의 인권 개선을 추동했다. 북한 지도자들은 유연하지 않고 지식인들은 능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날 축사를 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국회는 오랫동안 유보해왔던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해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 문제를 논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를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쟁, 평화, 인권: 탈냉전 20년의 경험과 의미’를 주제로 한 이번 대회는 17일까지 이틀 동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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