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지휘권 유지하되 경찰 수사개시권 인정한다”… 사개특위 중재안 가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7일 03시 00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논의 중인 ‘경찰 수사개시권 명시’ 논란이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명확히 하되 경찰의 수사개시권도 인정한다”는 중재안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16일 형사소송법 196조 1항에 있는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지휘를 받는다’로 고치고, 2항을 신설해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할 때…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방안을 민주당에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 “어떻게 경찰에 칼자루를…” 검찰 격앙 ▼

사개특위는 국무총리실에서 검찰과 경찰이 협상해 만든 합의안을 17일이나 20일까지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여야 간사들이 모인 사개특위 5인 회의는 이 합의안을 검토한 뒤 확정할 예정이다.

○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


15일 열린 5인 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한나라당 A 의원은 “수사권 조정을 해 주지 않으면 경찰들 (표) 때문에 내년 한나라당은 선거를 못 한다”고 걱정했다. 민주당 B 의원은 “오늘 ○○일보에 경찰이 잘못한 것만 모아서 기사가 났는데 이는 검찰에서 자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법사위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한국전력 노조의 (쪼개기) 후원금 수사에서 국회의원 80명이 걸려 있고 검찰이 이를 언론사에 흘렸다”면서 “(검찰이) 한전 사건만 터뜨리면 사법개혁 물 건너간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장관은 “한전 후원금 수사보고를 받았지만 그럴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경찰 출신인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수사현실의 법제화 입법공청회’를 연다.

○ 검찰 격앙… 경찰 표정 관리


일선 검사들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하자는 경찰의 목소리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16일 부산지검과 수원지검, 인천지검 등 전국 주요 검찰청 검사들은 회의를 열고 “경찰 주장대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수사지휘를 통해 인권 침해를 막고 수사 충돌을 조정할 통제장치가 없어지는 등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검사는 “경찰에게 칼자루를 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주장도 했다.

서울남부지검 평검사들은 전체회의에서 “사법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은 국민의 인권 보호를 크게 후퇴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서면건의서를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전달했다. 광주지검 평검사들도 “국민이나 인권에 대한 논의 없이 경찰에 수사권을 떼 주는 식의 조정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경찰 수사개시권 인정과 검찰의 수사지휘권 축소 등 어떤 변화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대검찰청에 전달하기로 했다.

일선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수석검사회의를 열고 수사개시권 문제를 논의했다. 평검사 회의도 열 예정이었지만 총리실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경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이유로 일단 보류했다. 평검사들의 집단 반발로 비친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찰은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내심 수사개시권 명시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대외적으로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개시권은 경찰이 갖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존치시킨다는 큰 틀은 이미 사개특위에서 합의된 내용”이라며 “문제는 법조문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인데 그 부분은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어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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