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장차관 국정토론회 첫날 공직사회의 비리와 기강 해이를 매섭게 질타했지만 정작 공직 기강 문제를 다루기로 했던 18일 이틀째 회의에선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질타의 속편’에 해당하는 강도 높은 토론도 없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는 19일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강연 등이 길어지면서 공직 기강 토론시간이 줄었다”며 “특별히 언론에 공개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석민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이 10여 분간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으며 양건 감사원장,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란 권익위원장 등이 업무보고 형식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직 기강 종합토론은 예정됐던 70분 대신 20여 분으로 단축됐다.
이 대통령이 공직 기강 문제를 장·차관 토론회의 의제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고, 청와대가 토론회 내용을 상세히 브리핑하겠다고 예고한 것을 감안할 때 공직 기강 토론은 다소 싱겁게 넘어간 것이다.
이는 전날 이 대통령의 공직사회 비판 발언 강도가 워낙 셌기 때문에 ‘힘 조절’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자칫 공직사회가 움츠러들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청와대로 복귀했다가 18일 오전 6시 반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연수원을 다시 방문한 이 대통령은 장·차관들과 산책을 하면서 공직사회에 거는 기대를 밝히는 등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차관 토론회의 마무리 발언도 김황식 총리가 했다. 김 총리는 “중학교 야구의 담합, 승부조작 뉴스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사회 각 부문에 부패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국민 전체가 같이 진지하게 부패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공무원의 비리가 공직사회 전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떳떳하고 당당하게 비리 문제를 다루되 공무원들의 사기도 함께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총리실은 이날 보고에서 정부 조직별로 자체 감사활동을 강화하고 기관장의 공직 기강 확립 의지를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공직자 비리에 대한 봐주기 식의 온정주의적 처벌을 막기 위해 공무원 징계규정상의 ‘징계 시효’를 늘리기로 했다.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선거철이나 기관장 교체 시기에 공직자의 비리나 기강 해이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활동을 벌이고 세무와 건축 등 그동안 비리연루 사례가 많았던 영역에서의 비리 차단을 위한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총리실은 아울러 내부고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내부고발자 보호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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