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총리실의 수사개시권 조정방안 중재 마감시한을 하루 앞둔 19일 검찰과 경찰은 내부적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하고 협상전략을 짜느라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두 기관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전 부처 장차관 워크숍에서 검경의 수사권 대립을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한 점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각자 입장을 언론과 정치권에 알리는 데 부심했다. 》 ○ 檢 “수사권은 형사법 근간 바꾸는 문제”
서울중앙지검 소속 평검사 15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 20분부터 8시간 동안 서울 서초구 서초동 청사 15층 대회의실에서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김밥으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한 채 밤늦게까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회의는 △1999년 2월 심재륜 당시 대구고검장의 항명 파동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 ‘인사서열 파괴’ △2005년 5월 국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대책회의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회의 참석자들은 “수사권 논의는 기관 간 권한 배분·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문제”라며 “소수의 몇 사람이 시간에 쫓겨 급하게 결정할 것이 아니라 큰 공론의 장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또 “사법통제나 주민통제를 받지 않는 사법경찰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행정·사법경찰의 분리, 자치경찰제 도입 등도 (수사권 조정과)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규 검찰총장 등 대검찰청 주요 간부들도 이날 대부분 출근해 대책회의를 여는 한편 국회와 총리실을 상대로 마지막 설득작업을 벌였다.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도 “총장님이 직을 걸고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 등 검찰 내부의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는 게시물이 줄지어 올라왔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경찰, 심야대책회의 열어 대응논리 고심
경찰은 수사개시권 명문화를 촉구하는 집단행동이나 일체의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중재안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박종준 차장 등 경찰청 간부들은 조현오 청장 주재로 비공식 회의를 갖고 총리실 중재안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는 등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였다. 경찰 수뇌부도 이날 총리실 주재로 최종 실무자 회의가 열리는 점을 감안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경찰 관계자는 “총리실이 합리적인 중재안을 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검찰의 반발 때문에 ‘수사권력 투명화’라는 사법개혁 취지에 역행하는 결론이 나온다면 동의하기가 어렵다”며 “상황을 조용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이 강력한 통제장치 없이 수사개시권을 행사할 경우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정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경찰의 입건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검찰이 언제든 지휘권을 활용해 바로잡을 수 있고, 검찰 홀로 수사 전 과정을 쥐고 있는 것보다 경찰과 검찰이 상호 견제하는 게 국민 인권 보장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제대로 행사하는지 검증하는 절차에 대해 검찰과의 협의를 통해 양보해 나갈 의향이 있는데 검찰은 수사개시권을 허용하면 수사권 전체가 위협받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경찰청사에서 수사권 조정 관련 부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이날 마지막 검경 간담회에서 나온 검찰의 주장 등을 분석하고 대응 논리를 개발하기 위한 심야 회의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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