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4전당대회에 나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관심을 끌려 하고 있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박 전 대표의 위상이 이번 전대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홍준표 의원은 19일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전부터 기자들에게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박 전 대표 등 당의 대권 주자들을 야권의 공세로부터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자신이 박 전 대표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하곤 했다.
20일 출마를 선언한 권영세 원희룡 의원도 약속이나 한 듯 박 전 대표 지도력의 상징처럼 된 ‘천막 정신’의 부활을 강조했다. 2004년 박 전 대표가 천막당사에서 당의 위기를 극복한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것이다. 유일한 친박(친박근혜)계 후보인 유승민 의원이 “감세 철회 문제 등에서 박 전 대표와 견해차가 있다”고 밝힌 게 오히려 이색적이었다.
후보들의 남다른 인연도 당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7대 국회 때 당내 모임인 ‘돌밥회’ 회원 간 격돌이 관심을 모은다. 돌밥회는 ‘돌아가면서 밥을 사는 모임’으로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식사하며 정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었다. 권영세, 남경필, 박진, 원희룡 의원과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회원 6명은 당시 당내 소장파의 대표주자들이었다. 당을 떠나 있는 임 실장과 정 장관을 제외한 4명이 모두 이번 전대에 출마하면서 가까운 동지였던 이들이 서로의 표를 빼앗아 와야 하는 경쟁자로 바뀌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 사법시험 34회 동기인 나경원 원희룡 의원도 1년여 만에 당내 경선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때도 두 사람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 앞서가던 오세훈 시장에 맞서 단일화를 추진해 나 의원이 단일후보가 됐다. 그러나 나 의원도 최종 경선에서 오 시장에게 패해 본선에는 나가지 못했다.
이번 전대에 나선 친이(친이명박)계 대표 격인 원 의원과 범친이계 주자인 나 의원에 대해 지난해처럼 단일화하라는 요구가 당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완주해 정치적 서열을 가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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