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선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21일 유엔총회에서 유엔 헌장 원본에 손을 얹고 조지프 데이스 유엔총회 의장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국제사회가 직면한 다중적인 도전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평화, 안정, 개발, 인권 등 4가지 보편적 가치 실현에 우선순위를 두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연임을 확정한 것은 2007년 1월 취임 이후 그가 보여준 리더십과 성과가 회원국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임기 초반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 아시아적 리더십을 강조했으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서구 언론으로부터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지구촌을 돌아다니며 분쟁 당사국을 설득하고 중재하는 성실함은 결국 이런 오해를 불식시켰다.
반 총장은 지난 4년 반 동안 여러 가지 성과를 이뤘지만 기후변화를 글로벌 어젠다로 끌어올린 게 가장 큰 공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 총장은 2009년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세계 기후회의에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한 이래 부단한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 덕분에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가 가속화됐다.
반 총장은 임기 2기에도 기후변화 문제를 핵심 어젠다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 등으로 큰 소득 없이 끝나면서 유엔의 기후변화 대처 동력이 일정 부분 상실된 상태여서 반 총장의 2기 리더십이 더욱 주목된다.
반 총장은 올해 초 중동 민주화 시위가 발생하자 “국민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파악하라”며 독재자들을 적극적으로 압박했고 민주화를 염원하는 민중의 편에 섰다. 유엔 내 여성 고위직을 늘리고 여성인권 침해와 관련된 문제를 전담할 유엔 조직인 유엔 여성기구(UN Women)를 발족시키는 등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 아동인권 신장 노력 등도 1기의 큰 성과로 평가받는다. 취임 후 자발적으로 재산을 공개하면서 유엔 고위직들의 재산 공개를 유도하는 등 유엔 개혁에 앞장선 것도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반 총장은 9월 세계 100여 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유엔 총회에서 자신의 2기 청사진을 밝힐 계획이다.
그가 2기 체제에서 추가적으로 주안점을 둘 이슈는 세계 빈곤문제 해결이다. 현재 진행 중인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만료 시점(2015년)을 4년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반 총장은 이달 초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새천년개발목표를 넘어서는 포괄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 의제를 제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반 총장은 또 여성 지위 향상, 지속 개발, 핵 없는 세상, 질병 예방 등도 2기 임기 동안의 우선 과제로 삼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안전보장이사회 개편, 유엔 총회의 권한 확대, 유엔 사무국의 효율성 및 투명성 제고 등은 반 총장이 1기에 이어 2기에도 씨름해야 할 과제들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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