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수신료 표결 합의’ 하루만에 파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긴급 최고위원-문방위원 연석회의 열어 “모든 수단 다해 막겠다” 번복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 2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및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 연석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왼쪽)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 2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및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 연석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왼쪽)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주당이 23일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 민주당은 전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을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사실상 인상에 합의해준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합의를 번복한 것이다.

이날 손학규 대표 주재로 열린 긴급 최고위원·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공영방송으로서 정치적 중립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전제되지 않는 한 KBS 수신료 인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천정배 이인영 최고위원은 “어떻게 중요한 문제를 지도부 협의도 없이 결정할 수 있느냐”고 김진표 원내대표를 몰아붙였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막아야 한다는 상황을 감안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김 원내대표는 곧이어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KBS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제도적 보장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 등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는 한 모든 수단을 다해 수신료 인상을 막겠다”고 밝혔다. 이용섭 대변인은 “선결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몸을 던져서라도 수신료 인상안을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20일 문방위 소위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이 강행 처리되자 “원 상태로 돌려놓지 않으면 6월 국회를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21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유감을 표명하자마자 국회 운영 정상화를 선언했다. 그러다 22일엔 덜컥 수신료 인상안 표결 처리에 합의했다. 저축은행 국정감사와 관련해 당시 감사원장이던 김황식 국무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던 김 원내대표가 14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김 총리와 만찬 회동을 한 것을 두고도 당내에선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온 터였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