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당권경쟁의 막이 올랐다. 당 대표 경선(7월 4일)에 나선 후보 7명은 23일 일제히 후보등록을 마치고 치열한 선거전에 돌입했다. 새 지도부는 내년 총선을 책임지고 대선후보 경선을 준비해야 한다. 당의 운명을 두 어깨에 짊어지게 되는 셈이다(번호는 기호). 》 ① 원희룡 “대통령 인기 없다고 공격하면 다 죽는 길”
원희룡 후보는 “젊고 참신한 인재들을 내세워 웰빙과 기득권적 이미지를 씻어내는 게 총선의 필승 전략”이라고 말했다.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하되 신진 인사들의 영입을 어렵게 하는 장벽이 되지 않도록 취약 지역을 포함해 30% 정도의 전략공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이 총선 ‘물갈이 공천’의 신호탄으로 인식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원 후보는 “자발적인 (불출마) 동참이 있다면 영광이지만 그것은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청관계에 대해 “대통령이 인기가 없다고 대통령을 공격하면 다 죽는 길”이라며 국정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이어 “당 대표와 대선후보는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동반자 관계”라며 “대선후보는 당 대표와 함께 총선에서 전국을 누벼야 한다”고 말했다. ② 권영세 “靑에 끌려다니지도 일방적 공격도 않겠다”
권영세 후보는 내년 총선 상황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총선 때만큼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총선 공천과 관련해 “인위적이고 기계적인 물갈이가 총선 승리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선수가 높다고 반개혁적 인사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전검증을 통해 부적격 인사를 가려낸 뒤 국민경선을 거치는 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현 정부가 성공해야 한나라당도 잘될 수 있다는 게 권 후보의 생각이다. 그는 “정부나 청와대에 당이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청와대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임기 말이면 단골로 등장하는 대통령의 탈당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당 차원에서 대선후보를 지원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③ 홍준표 “정치-개혁-서민정책 ‘3强’으로 총선 승부”
홍준표 후보는 내년 총선 공천에서 “물갈이 몇 % 여부가 공천 개혁의 관건이 아니다”며 “미국도 재공천율이 90%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수(選數)와 관계없이 부패하고 부도덕하고 무능한 인사를 엄정하게 가려내는 절차를 만드는 게 공천 개혁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총선 승리 전략으로 ‘삼강(三强)’을 내세웠다. 현장 정치를 강화하고, 당 개혁으로 결집력을 강화하고, 서민정책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 당은 당 대표를 중심으로 운영하되 총선에서는 대선후보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당청 관계의 큰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그는 “당정청이 일체가 되도록 사전 조율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당의 역할이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당정청 관계에서 당이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미다. ④ 남경필 “대선후보들 당무에 직접 참여하게 해야”
남경필 후보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국정기조의 전면 재조정’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정부나 청와대와 ‘까칠한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해결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약속을 못 지켰다. 이제라도 감세 철회, 고환율 정책 폐기, 대기업 우선 정책 전환 등을 통해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남 후보는 차기 지도부의 과제로 투명한 공천기준과 예측 가능한 공천 스케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선후보들이 당무에 직접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국민과의 접촉면을 넓히겠다고 했다. 그는 누구든 대선출마를 선언하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대선후보가 최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⑤ 박 진 “黨 최고委, 최고정책회의로 바꾸겠다”
박진 후보는 내년 총선 공천 방식에 대해 “문호를 개방하고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또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를 최고정책회의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정부나 청와대를 끌고 갈 수 있도록 당의 정책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그만큼 한나라당이 당정청 관계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박 후보는 “당이 현장에서 들은 생생한 민심을 실시간으로 정부와 청와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국정 의사소통 시스템을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선후보들이 당의 운영과 주요 정책 논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구체적 방안으로 중진회의의 활성화를 꼽았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당의 대선후보들이 직접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⑥ 유승민 “黨, 정권 재창출 위해 靑과 차별화 불가피”
유승민 후보는 내년 총선 필승 전략에 대해 “정책과 사람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대표가 되면 당의 노선 수정을 위해 7, 8월 당내 합의를 도출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이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은 청와대와 차별화 전략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내가 친박(친박근혜)이라 당청관계가 더 나빠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권 재창출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청와대와 솔직하게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향식 공천을 하더라도 인재 영입은 반드시 병행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총선에서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선후보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선 “대선후보와 당이 호흡을 맞춰 갈등을 빚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대선후보의 활동을 최대한 자유롭게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⑦ 나경원 “대선후보 경선, 내년 총선전에 시작하자 ”
나경원 후보는 내년 총선에서 “대선후보와 당 대표가 투 트랙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후보 경선을 총선 전에 시작하는 방안을 내놨다. 총선에 앞서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대선후보들의 활동공간을 넓혀주기 위해서다. 그는 “여성 대표 불가론에는 여성 대통령도 안 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며 “여성 대표를 뽑는다면 여성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도 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계파 공천이 아니라 국민 공천이 돼야 한다”면서 전략공천 비율 20%를 제시했다. 나 후보는 당청 관계와 관련해 “협조할 때 협조하고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 한다”며 “청와대가 민심을 역행하면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당권주자들은 상향식 공천에 큰 견해차가 없었다. 하지만 후보마다 방점은 조금씩 달랐다. 남경필(4선), 권영세(3선), 나경원 후보(재선)는 전략공천 20% 이내와 당원과 국민이 절반씩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을 지지했다. 이 방안은 나 후보가 위원장을 맡은 당 공천개혁특위에서 마련한 것이다.
원희룡 후보(3선)는 전략공천 비율을 30%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공천을 통해 물갈이 폭을 넓혀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승민 후보(재선)는 전략공천 비율을 특정하지 않았다. 이 역시 과감한 인재영입을 통해 ‘물갈이 공천’을 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홍준표 후보(4선)는 △부패 △부도덕 △무능인사를 국민경선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에 띄는 것은 ‘무능인사’다. 당 지도부의 판단이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진 후보(3 선)는 100% 국민이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남 후보도 여야가 합의만 된다면 오픈프라이머리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당청관계를 놓고 친이계 성향인 원 후보나 나 후보는 각각 “현 정권의 성공이 정권재창출을 보장한다” “당이 우위냐, 청와대가 우위냐 주도권 싸움을 해선 안 된다”며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권 후보도 “대통령의 탈당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당청의 ‘수평관계’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홍 후보는 “당의 역할이 증대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당이 정책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박 후보도 당의 최고위원회의를 최고정책회의로 바꿔 정책 분야에서 정부나 청와대를 끌고 가겠다고 밝혔다.
남 후보는 당청관계를 “까칠한 협력관계”라고 규정했다. 특히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는데 ‘까칠함’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유 후보는 “당이 새로운 노선과 정책으로 청와대와 차별화하더라도 청와대가 통 크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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