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지방으로 이전할 공기업 사옥 용지의 활용 용도까지 제안하고 나선 것은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전 대상 공기업 보유 부동산의 매각이 부진한 때문이다. 95개 공기업이 보유한 매각대상 부동산 117개 가운데 5월 말까지 팔린 것은 18개이고, 그나마 이 중 민간기업에 매각된 것은 7곳에 불과하다.
29일 추천 용도가 제시되는 매각 물건 20개를 서울 광화문 일대나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 분당 평촌 등 신도시, 경기 용인시 등 인기지역에 있는 것들로만 구성한 것도 이들을 ‘미끼상품’으로 해서 공기업 사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공기업 부동산이 속한 지역의 관할 지방자치단체들이 일부 부동산 용도 변경에 제동을 걸 개연성도 있어 정부 계획대로 공기업 부동산 매각이 활성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6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한국감정원의 ‘공공기관 종전부동산 투자분석자료’에는 분석대상 부동산의 △용지 면적 △건물 이용 형태 △건폐율(용지면적 대비 1층 바닥면적) 및 용적률(용지면적 대비 지하층을 뺀 건물바닥 총면적) △이용 현황과 특이사항 △법률적 검토사항 △교통 여건 및 개발 전망을 고려한 강점과 기회요인 등이 분석돼 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2, 3개 이상의 다양한 활용 방안이 제시돼 있다.
분석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국감정원 사옥은 편리한 교통 여건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인근에 위치한 한국전력, 서울의료원 등과 연계한 대규모 개발계획을 세운 점을 고려할 때 업무시설 외에 관광호텔, 공연장, 전시장 등으로 사용할 경우 상당한 투자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있는 한국식품연구원은 주변 환경과 서울 강남과의 접근성을 고려해 고급 주택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분당신도시 오리사옥도 주변 교통여건이 좋은 데다 층수 완화 가능성 등을 감안해 복합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분석됐다. 추천 매입자는 부동산개발회사나 지방자치단체, 의료재단 등이었다.
서울 중구 신당동의 도로교통공단 사옥은 주변에 뉴타운 건설, 재개발·재건축 추진 등으로 주거 여건이 개선되고, 대중교통 여건도 양호해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방안이 추천됐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한국세라믹기술원 사옥은 주변에 대형 의류할인매장이 밀집한 점을 고려해 판매시설이나 아파트형 공장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자리 잡은 한국교육개발원 사옥은 유선방송사 등 방송·통신시설로 활용하기에 좋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국인터넷진흥원 건물은 어학원, 고시원 등이 들어선 근린생활시설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조세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사옥은 오피스텔로 개발하는 방안이 추천됐다.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한국법제연구원은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용도변경을 하면 투자수익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밖에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국토연구원 한국소비자원 등은 업무시설이나 연구개발(R&D) 시설로 추천됐다. 국토부는 올해 말까지 84개 사옥(6조8000억 원 상당)을 매각하기로 하고, 다각적인 판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일반인 대상 매각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농어촌공사나 자산관리공사, 지방 공기업 등도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LH만 매입할 수 있다. 또 하반기에는 KOTRA와 함께 해외 투자유치 설명회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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