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0일 검찰 수뇌부의 집단 사퇴 기류와 관련해 “(검찰은)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제4회 유엔 세계검찰총장회의장에서 김 총장의 영접을 받는 자리에서였다. 김 총장은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개회식 격려사를 통해 “대한민국 검찰은 정의와 공정함을 추구해 왔지만 시민이 요구하는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세계 모든 나라의 검찰 역시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맞고 있는 줄 안다. 산업화와 민주와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기여해 온 대한민국 검찰 또한 시대적 변화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는 “이해를 달리하는 계층 간 마찰이 일어나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싸운다고 볼 수도 있다”며 “‘미 퍼스트(Me First·내가 먼저)’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남 탓만 하면 안 된다. 모든 계층이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내놓은 일련의 발언을 검찰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검찰과 경찰 모두에 ‘직역 이기주의’를 넘어서 달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앞으로 검찰이 경주할 노력에 대해 사전 격려한 것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청와대는 국회의 법조문 수정은 ‘국회의 고유영역’인 만큼 검찰이 반발할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수사권 세부조율 내용을 ‘법무부령’에 담기로 한 합의가 ‘대통령령’으로 바뀐 것은 아쉽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참모는 ‘검찰을 다독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독인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가볍게 행동해선 안 된다는 엄중한 메시지가 검찰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이것(국회 차원의 수사권 조정 법제화)도 일종의 변화라고 한다면 (검찰은) 거기에 맞춰 엘리트 조직답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성숙하게 대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직접 중재안을 이끌어 낸 이후 청와대는 “수사관행을 법제화하는 것일 뿐 검경 어느 한쪽이 더 챙기는 일은 없다”고 단언해왔다. 한 참모는 “향후 논의 과정은 이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되면서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의 새로운 역할과 시도’를 주제로 이날 시작된 세계검찰총장회의에는 차오젠밍(曹建明)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장, 가사마 하루오(笠間治雄) 일본 검찰총장 등 90개국 검찰총장을 포함해 107개국 검찰대표가 참석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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