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이 사건이 외부인의 도청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4일 결론 내렸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제출한 당시 회의자료 및 녹음기, 노트북 등을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로 보내 분석한 결과 내부 유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민주당이 사용한 녹음기 외에 제3자가 설치한 녹음기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민주당 당직자 등을 조사한 결과 속기록 외에 별도의 메모가 작성됐을 가능성도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논란을 일으킨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도청 의혹이 불거지자 “민주당 당직자가 작성한 메모를 입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 같은 결론을 내리기 위해 3일 민주당 당대표실에 대한 실황조사를 벌였다. 실황조사는 현장감식까지는 아니지만 실제현장에서 당시 정황 등을 고려해 상황을 재연하는 등의 수사기법이다. 경찰은 조사 결과 당대표실 구조상 대표실 밖에서 출입문에 귀를 대고 회의를 엿듣는 이른바 ‘귀대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표실 문이 두꺼워 안의 얘기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며 “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비서실 직원들이 통상적으로 회의시간에 문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일정 거리 밖으로 벗어나도록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외부 도청자를 밝혀내기 위해 국회 사무처의 협조를 얻어 대표실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경찰은 한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2일 출국한 한 의원 측에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한 의원은 발트 3국을 돌아본 뒤 13일 귀국한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 의원과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조속히 경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녹취록’을 공개해 논란을 촉발시켜 고발당한 한 의원이 경찰의 출석 통보를 받고도 박 의장과 함께 장기간 해외 출장길에 나선 것과 경찰 현장조사를 허용하지 않은 박 의장이 한 의원을 수행의원단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도청 의혹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의원이 시간을 끌며 사건이 유야무야되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조속히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더 거센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며 “박 의장은 지금이라도 경찰의 현장조사를 허용해야 도청 사건을 은폐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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