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평화재단 한중일 3국 세미나]日 3·11 대지진이 미친 영향과 3국의 협력 방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6일 03시 00분


“재난공동체 일깨운 계기… 원전 안전 상설 협력틀 만들자”

《 2만3000여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동일본 대지진은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거리를 좁히고 ‘재난 공동체’임을 일깨웠다. 원자력 안전 등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3국간 역사 및 영토 갈등, 중-일 간 주도권 다툼, 북한에 대한 시각차 등 장애 요인도 여전히 존재한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이채주)과 일본 아사히신문, 중국의 국책 연구기관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이하 연구원·원장 추이리루·崔立如)은 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일본 3·11 대지진이 미친 영향과 한중일 3국의 협력방안’을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가졌다. 한중일 세미나는 3국을 번갈아 열리며 올해가 아홉 번째다. 》
○ 한중일 3국, 재난 공동체 확인

4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세미나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3국의 정서적 유대가 강화되고 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진 점을 강조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초반 토론이 진행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추진 전략, 특히 FTA의 방향, 영토와 역사 문제 등 첨예한 갈등 이슈까지 심도 있게 거론되면서 그 어느 해보다도 불꽃 튀는 논쟁이 벌어졌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4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세미나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3국의 정서적 유대가 강화되고 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진 점을 강조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초반 토론이 진행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추진 전략, 특히 FTA의 방향, 영토와 역사 문제 등 첨예한 갈등 이슈까지 심도 있게 거론되면서 그 어느 해보다도 불꽃 튀는 논쟁이 벌어졌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장옌성(張燕生)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외경제연구소 소장은 “한중일 3국은 경제적 의존성이 높아지면서 마치 양날의 칼처럼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리스크도 커졌다”며 “재난까지 일체화되는 상황에서 3국 협력체제 형성이 과제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중국은 일본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며 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한 부품 공급의 차질로 중국이 입을 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보다 크다”고 말했다.

연구원 지즈예(季志業) 부원장은 “한중일 3국의 협력에 대한 소망이 높아진 것이 그나마 재난이 가져다 준 긍정적 측면”이라고 말했다.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아사히신문 주필은 “이번 대지진으로 3국이 공동운명체임을 실감한 교훈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와카미야 주필은 다만 “중국의 징후(京호·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 개통을 축하하고 싶지만 중국이 일본에서 도입한 기술을 약간 응용해 미국에서 기술 특허를 신청하려는 움직임은 일본에 실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배인준 동아일보 주필은 “3국은 수평을 지향하는 ‘물의 원리’와 같이 서로를 존중하는 협력 정신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대지진 수습 과정에서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가 나오는데 대해서는 한국 국민이 곤혹스러웠다”고 지적했다.

○ 원전안전 협력 절실


장옌성 소장은 “한중일 3국은 모두 에너지 부족 국가로 에너지 확보를 위해 원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3국이 원전 에너지를 확보하면서 국민들에게 원전 안전에 대한 신뢰도 주기 위해서는 3국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모타니 고스케(藻谷浩介) 일본정책투자은행 참사역은 “1100년 만에 한 번 오는 정도의 쓰나미에 인구 100만이 넘는 센다이(仙臺) 시 사망자가 750여 명에 지나지 않은 것은 기적이었다”며 일본의 지진 대비 기술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과 오염수 배출 등에 대한 정보 공개가 늦거나 투명하지 않았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많이 나왔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한중일 3국의 원전 산업이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중국이 원전 국산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관련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즈예 부원장은 “중국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의 원전 기술을 토대로 각각의 장점을 모아 중국 특색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안전성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요시다 후미히코(吉田文彦) 아사히 논설위원은 “이번 쓰나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자연재난이지만 원전 사고 피해에는 인재의 요소도 있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지하라 히데히토(藤原秀人) 아사히 편집위원은 “일본 정부가 지진 쓰나미 원전 사고로 이어지는 대형 참사를 수습하느라 관련 정보 전파나 감사 표시가 늦은 것에 대해 국제사회가 일본의 책임감을 추궁한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경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3국이 원전 안전 확보를 위한 협력 필요성에 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 기회에 가칭 ‘원자력 에너지 공동체’와 같은 상설 협력 틀을 구축하자”고 제안해 호응을 얻었다. 와카미야 주필은 “이 원장의 제안은 ‘꿈’을 지향하는 것으로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 한중일 3국간 FTA 공방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추진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추진 방향과 논의가 늦어지는 책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자오진핑(趙晋平) 국무원 발전연구중심대회경제부 부부장은 “일본 지진으로 협력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5월 열린 3국 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으로 3국 간 FTA 산관학 연구를 마치고 협상으로 들어가기로 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경태 원장은 “중국은 서비스 시장 개방이나 투자 보호, 지적 소유권, 정부 조달 분야 등에 소극적”이라며 “이런 중국의 태도가 3국 FTA 추진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자오진핑 부부장은 “(3국 FTA는) 점진적으로 해야지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려면 10∼20년 내 해결되기 어렵다”며 “중국 정부 내에서도 서비스 개방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은 인도와 페루 등 역외 국가와의 FTA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 ‘중국 위협론’과 ‘중국 견제론’


연세대 한석희 교수는 “지난해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일본을 추월한 데 이어 대지진으로 일본의 대외적인 영향력은 더욱 축소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동아시아에서의 세력 구도 변화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연구원 치바오량(戚保良) 조선반도연구실 주임은 “중국의 부상에 따라 주변국의 우려가 높아지거나 나아가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견해까지 나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중국은 한국 일본에 대해 모두 무역 적자”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 참석자들은 “일본이 GDP면에서 중국에 추월당하고 지진으로 경제도 위축되면서 패배감을 느낀다”며 “지난해 영토 갈등 때 중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희망을 잃는 일본인들의 심정을 중국은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 지즈예 부원장은 “한중일 3국 간에 서로 갈등 요소가 많지만 마치 유럽연합이 ‘철강 석탄 협력체’에서 단일 화폐를 쓰는 공동체로 발전해한 것과 같이 3국도 원전 안전 협력 등 가능한 분야부터 협력의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음을 이번 대지진이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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