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 기관장은 총 297개 중 158명에 이른다. 동아일보가 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이미 교체가 끝난 41개를 빼면 모두 117개의 공공기관이 새 수장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공공기관장 교체는 이미 3월부터 시작됐다. 특히 3분기인 7∼9월에 75개 기관장의 임기가 끝나 후임을 노린 물밑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공공기관 기관장 교체가 집중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5개월 동안 기관장이 대거 임명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들의 마지막 논공행상 시장이 열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10년 기관장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사장,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 3명은 7∼8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기관장 중에서는 드물게 내부 승진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소속 부처에서 차관이나 1급으로 퇴직한 공무원들이 가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연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영평가 결과는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참고자료가 되긴 하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치권 출신으로 ‘낙하산’ 평가를 받았던 사람들도 임기가 만료된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낸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위원 경력의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이었던 전용학 한국조폐공사 사장, 15∼17대 국회의원 출신의 김광원 한국마사회 회장은 8∼9월에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정부는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전관예우’ 관행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자 현재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되는 정부 위원회와 공공기관장에 민간 출신을 대거 중용하기로 했지만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공공기관 안팎의 관측이다. 특히 대통령선거 승리에 크게 기여했거나 이명박 대통령 측근은 ‘예외’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올 들어 ‘줄 대기’ 경쟁이 더욱 심해진 것은 이명박 정부 임기가 2년이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 핵심층에 줄을 대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6월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취임한 장석효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청계천 복원을 진두지휘했다. 최근 연임이 확정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한나라당 의원 출신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대구지역 선거대책 위원장을 맡았다. 권혁인 한국광해관리공단 신임 이사장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경력을 지녔다.
이 때문에 새 수장의 선임을 기다리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한국투자공사(KIC), 한국예탁결제원 등과 기관장의 임기가 곧 끝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기술보증기금 등의 기관장도 ‘논공행상’ 차원에서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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