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 온 보모, 佛 대통령 꿈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 에바 졸리, 녹색당 후보로… 이중국적자 첫 대권 도전

‘노르웨이 미인대회 참가→프랑스 가정의 보모→고위층 부패 전담 판사→이중 국적 대통령선거 후보.’

12일 프랑스 차기 대통령선거의 녹색당 후보로 선출된 에바 졸리 유럽의회 의원(68)이 걸어온 길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세계정치사에서 가장 비범한 여성 정치인의 이력서’라고 표현했다.

프랑스 일간 ‘르 포스트’에 따르면 1943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난 졸리 의원은 18세 때 ‘미스 노르웨이 대회’에 출전해 2위에 올랐다. 당시에는 앳되고 귀여운 얼굴로, 짧은 파마머리에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뿔테 안경을 쓴 현재와는 전혀 달랐다.

20세 때 무작정 프랑스로 건너온 그는 남의 집 아이를 돌봐주는 대가로 돈과 숙식을 제공받았다. 보모로 일하다 주인집의 여섯 아이 가운데 장남인 파스칼 졸리 씨(사망)와 사랑에 빠졌다. 4년 뒤 주인집 부모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하고 ‘그로 에바 파르세트’라는 본명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발음하기 쉽게 에바를 이름으로 쓰기 시작했다. 결혼 후 낮에는 비서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해 38세에 판사로 임용됐다.

47세 때인 1990년 파리고등법원의 예심 판사가 되며 권력형 비리 사건을 도맡게 된 그는 1994년 국영 정유회사인 엘프아키텐의 초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맡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재판이 진행된 6년 동안 전화가 도청당했고, 사무실과 자택에는 여러 차례 강도가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수십억 파운드의 뇌물이 오간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이후 경제 부문의 부패 사건을 파헤치는 투사적이고 급진적인 이미지는 전 세계에 알려졌다. 2009년 아이슬란드 정부가 화이트칼라 범죄 수사를 위한 특별 자문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졸리 의원은 이번 녹색당 경선에서, 민영방송 TF1에서 자연다큐멘터리 ‘우슈아이아’의 취재와 진행을 맡아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이름을 날린 니콜라 윌로 씨를 2차 결선에서 눌렀다. 이번 녹색당 경선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환경 정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졸리 의원은 6월 29일 실시된 1차 투표에서도 “프랑스도 20∼25년 뒤 완전히 원전을 없애야 한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앞세워 과반에 조금 못 미치는 49.75%를 얻으며 40.22%에 머문 윌로 씨를 앞섰다.

한편 사회당에서도 가장 늦게 경선 출마를 선언한 여성정치인인 마르틴 오브리 당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선두에 올랐다. 일간 프랑수아르가 실시한 사회당 경선 여론조사에서 오브리 대표는 6월 조사 때보다 6%포인트나 급등한 40%를 얻어 그동안 선두주자였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표(38%)를 제쳤다. 오브리 대표가 사회당 대선 후보가 될 경우 내년 4월 말 1차 투표가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에서 주요 4개 정당 중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나서는 대중운동연합을 제외한 국민연합(마린 르펜), 녹색당(졸리), 사회당(오브리)의 후보가 모두 여성이 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여걸 3인방에게 포위돼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될 형국이다. 졸리 의원은 프랑스 대선에 출마하는 첫 이중 국적자이기도 하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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