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12일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의 강한 반발에도 ‘김정권 사무총장’ 카드를 관철했다. 하지만 두 최고위원은 ‘인선 파문’ 이후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할 태세다. 홍 대표 체제의 순항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새 나올 정도로 격했다. 2시간여 만에 유, 원 최고위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뒤 홍 대표는 나머지 최고위원과의 합의로 대표 취임 8일 만에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인사를 단행했다.
유, 원 최고위원은 곧바로 기자실로 향했다. 유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몇 번이나 표결을 강행하려 했다. 표결로 임명된 사무총장은 정치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최고위원은 “홍준표식 사당(私黨)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가세했다.
이들은 홍 대표에 맞서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장 당무를 거부하고 13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새 지도부의 오찬에 불참하는 문제까지 논의했으나 일단 청와대 오찬에는 참석하고 장기적으로 대응 방안을 찾기로 의견을 모았다.
홍 대표는 두 최고위원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해) 안상수 대표 체제에서 당직 인선에 반대한 내가 퇴장하자 나머지 분들이 의결했다”며 “당 운영은 홍준표 중심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와 유, 원 최고위원 간 정면충돌의 근저엔 ‘공천권’이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유 최고위원과 친이(친이명박)계인 원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아바타 사무총장’을 내세워 공천권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반면 두 최고위원과 거리를 둔 나경원 남경필 최고위원은 양 계파가 공천권을 나눠 갖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 남 최고위원은 이날 홍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민경선제 도입 △공정한 현역 의원 평가기준 마련 △예측 가능한 공천일정 제시 △8월 중 관련 당헌·당규 개정 등 네 가지 약속을 받아냈다.
새 지도부 출범 초반에 벌어진 치열한 기싸움에서 일단 홍 대표가 이긴 듯하다. 하지만 홍 대표의 독주에 대한 당내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당장 이날 임명된 23명의 당직자 가운데 홍보기획본부장과 중앙연수원장에 각각 임명된 심재철 의원과 김학송 의원 등 일부는 당직을 반납하고 나섰다. 두 의원은 둘 다 3선으로 재선의 김 총장 밑에서 지휘를 받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동위원장에 임명된 현기환 의원도 “미리 통보받지 못했다”며 고사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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