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감찰팀, 이임식 마친 국토부 간부 이삿짐 풀었더니…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행운의 열쇠-진주반지 등 금품 쏟아져
760만원어치 전별금 받은 유인상 부단장 직위해제

연찬회와 직원의 뇌물수수 파문 이후 청렴한 부서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국토해양부에서 국장급 고위 간부가 이임식 후 전별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국무총리실 감찰팀에 적발돼 직위해제됐다.

국토부는 13일 “전별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유인상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부단장과 이를 주도한 고일룡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도로계획과장을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유 부단장은 이 날짜로 시행된 인사이동 직전까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으로 근무했는데, 12일에 있은 이임식 직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직원들로부터 행운의 열쇠 2개(순금 두 냥·410만 원)와 현금 100만 원을, 업체 관계자로부터는 진주반지 1개(250만 원)를 받았다가 총리실 공직복무관리실에 적발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총리실 관계자들이 유 부단장에게 이삿짐을 풀 것을 요구했고, 유 부단장은 순순히 응했다가 금품이 발견됐다”며 “본인은 받은 금품이 대가성 없는 전별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행운의 열쇠 2개 중 1개는 직원들이 돈을 갹출해 선물했고, 나머지 1개와 현금 100만 원은 고 과장이 개인적으로 선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유 부단장은 전별금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총리실 점검반과 국토부 감찰팀은 전별금품을 제공한 직원과 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제공 경위,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관 이하 부처 전 직원이 부패 추방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해 부처 안팎에서 충격이 크다”며 “관련 직원들에게 파면 등 중징계가 내려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올해 3월 제주도 연찬회에 참석한 직원들이 업계 관계자들에게서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가 총리실에 적발되고, 6월 중순에는 과장급 직원이 업무 관련업체에서 뇌물을 받았다가 검찰에 구속되는 일이 잇따라 터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비리의 사전 차단 및 근절을 위해 내부 통제장치를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의 ‘청렴 실천 및 조직문화 선진화 관련 장관 특별지시 사항’을 선포했다. 또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징계 처분을 받으면 승진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안에 따라 파면 조치하겠다”며 강력한 부패 척결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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