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의 선(先)상의, 후(後)발표’라는 당청의 새로운 인사시스템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14일 오후 홍준표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권재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법무부 장관,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각각 내정하는 인사안을 상의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한나라당 새 지도부와의 첫 회동에서 국회 인사청문 대상 인사는 내정 발표 전 당 지도부와 상의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김 수석은 법무장관 후임으로 권 수석 외엔 대안이 없다는 점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분위기는 그리 녹록지 않다. 새 지도부 내에서도 남경필 최고위원 등이 권 수석의 법무장관 임명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 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은 이날 국회에서 모임을 열고 “권 수석의 법무장관 지명은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의원총회 소집까지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15일 오전 의총을 열 예정이다.
홍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감사원은 독립된 수사기관이지만, 장관은 (대통령의) 세크러테리(비서)인 만큼 법무행정을 하는 자리인데 거기에 민정수석(비서관)이 못 간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전제”라고 강조했지만 전체 동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남 최고위원은 김 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15일 의총 결과를 따르겠다. 권재진 카드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최고위원은 “찬성하지는 않지만 적극 반대하지도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당청이 새로 도입하려는 사전 인사조율 시스템이 엇박자를 내는 것은 상의의 대상이 당 지도부, 특히 홍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로선 올 1월 홍준표 당시 최고위원 등 여당 지도부의 반대가 결정타였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권 수석의 장관 지명부터는 당 지도부에 미리 설명하는 모양새를 갖추려 했다. 하지만 갓 취임한 홍 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아직은 약한 데다 홍 대표 특유의 독단적 행보를 경계하는 의원들이 “홍 대표와만 상의하면 다 끝난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주광덕 의원은 “법무장관 인사와 관련해 홍 대표가 의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불쑥불쑥 말을 하는데 앞으로 당 운영을 그렇게 하면 독선적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정작 권 수석 내정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한 친이(친이명박)계 의원은 “대안도 없으면서 무조건 ‘권재진은 안 된다’고만 한다. 집권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15일 오전 열리는 의원 총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반대’가 나오지 않는다면 법무장관 및 검찰총장 내정인사를 오후 발표할 계획이다. 여권 관계자는 “14일 저녁 현재 60명 정도의 의원이 의총 참석의사를 밝혔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던 당내 인사들이 얼마나 당내에서 소수에 그치는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이날 오후 권 수석과 한 지검장을 불러 각각 1시간씩 ‘모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 수석에게 (내정 발표 이전 단계에서는 공개할 수 없는) ‘논쟁거리’가 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소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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