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코카콜라와 KFC의 평양 진출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14일 “코카콜라와 KFC 측 해외영업 담당 10여 명이 이달 초 평양을 방문해 북한 당국과 지점 개설 등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북은 북한의 외자 유치 기구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대풍그룹)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이르면 9월 평양에 코카콜라와 KFC 1호점을 개설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 北 대풍그룹 총재 “결정된 바 없다”
평양에 2009년 처음 문을 연 햄버거 가게. 북한 내 식량 사정이 매우 안 좋지만 이 가게는 손님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사진 출처 중국식품뉴스망(www.chinafoods.cn)베이징(北京)에 머물고 있는 대풍그룹 박철수 총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회사 사람들을 만난 적도 없다”며 일단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이 업체들과 접촉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결정된 바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대풍그룹과 가까운 한 인사는 “코카콜라와 KFC 관계자들이 평양을 방문한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추가로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소리방송(VOA)’도 4월 미국을 방문했던 북한 경제대표단원들이 KFC를 방문한 자리에서 평양 지점 개설에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 정부도 이번 사안을 인지하고 지켜보고 있는 단계다. 다만 아직까지 양측의 협상이 외부에 공표할 정도로 구체화되지 않았거나, 북한 내부의 정치적 절차를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평양 진출이 성사될 경우 KFC가 지점을 내고 코카콜라는 KFC에 음료를 납품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카콜라 측은 “지금도 KFC에 콜라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자체 영업망을 세우지는 않을 것 같다”고 관측했다.
○ 몇몇 서방기업의 북한 진출은 실패
코카콜라와 KFC의 북한 진출 관련 기류는 최근 AP, 로이터 등 서방 언론의 평양 진출과 맞물려 개방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해석이다. 코카콜라는 세계 200여 국가에 제품을 팔고 있지만 북한은 수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프라이드치킨이나 햄버거는 2009년 한 싱가포르 회사가 북한 당국과 계약을 하고 평양에 점포를 개설한 적이 있을 뿐 미국 업체가 진출한 적은 없다.
베이징의 한 분석가는 “콜라나 치킨은 첨단기술도 아니고, 대북제재 품목도 아닌 만큼 북한이 받아들인다면 사업을 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00년에 중국에서 생산된 코카콜라 수백 상자가 북한에 수출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으며, 2002년 부산에 온 북한 만경봉호에 코카콜라 자판기가 있는 게 목격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서방 언론을 잇달아 받아들이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흐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탈피하고 식량지원을 얻어내려는 목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서방 언론들의 북한 진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긍정적인 신호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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