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중국… 中총참모장, 金국방 면전에서 15분간 美비난 쏟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천빙더(陳炳德)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14일 중국을 공식 방문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일방적으로 양국 현안과 무관한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내 ‘외교적 무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총참모장은 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해 김 장관보다는 격이 낮다.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김 장관을 맞이한 천 총참모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가 김 장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네더니 곧장 언론에 공개되는 15분간 한국 국방장관 면전에서 작심한 듯 미국에 대한 불만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는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이 13일까지 중국 방문을 마친 뒤 한국을 찾은 점을 거론하면서 “멀린 의장은 아주 똑똑한 사람이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결정하기 전에 중국을 방문했다”고 비꼬았다. 이어 “혹시나 미국이 나중에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다면 그때는 방문이 성사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미국이 무기를 판매하게 되면 양국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패권주의 미국, 다른 나라에 이래라저래라…
한국도 美에 많은 말 못하는 사정 알고있어” ▼


그는 “멀린 의장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은 난사(南沙) 4도 문제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미국이 베트남, 필리핀과 군사훈련을 크게 했었는데 이는 난사 4도에 개입하는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남중국해 주변국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미국이 개입하게 되면 더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천 총참모장은 이날 김 장관 앞에서 미국을 가리켜 “패권주의의 상징”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는 “미국은 초강대국이어서 다른 나라에 이래라저래라 얘기하는 것이고 만약 다른 나라가 미국에 이렇게 얘기하면 그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 방한했을 때 접한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사례로 들면서 “한국도 많은 말을 미국에 하기 힘든 사정을 알고 있다”고 한국을 은근히 비하했다. 그는 “미국 사람들과 무슨 문제를 토의할 때는 어려움이 많다”며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이지만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앞서 천 총참모장은 11일 베이징에서 멀린 의장과의 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은 엄청난 돈을 국방비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납세자들한테 너무 큰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니겠느냐. 미국이 국방예산을 조금이라도 줄여 미국인의 민생개선에 사용한다면 훨씬 더 좋은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정면으로 미국을 공격하진 않았다. 그러더니 엉뚱하게도 김 장관을 만나 제3자인 미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사실상 한국을 무시했다.

한편 김 장관도 기자들이 자리를 뜬 뒤 비공개 면담에서 15분 동안 방중 의미와 목적을 설명했다. 김 장관은 동북아 안정을 위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양국 해군 간 수색구조훈련(SAREX)을 조속히 추진하고 인사교류를 더욱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김 장관은 앞서 중국 인민대회당 접견실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만나 최근 탈북해 중국 내 한국총영사관에 머물고 있는 국군포로들의 조기 송환을 요청했다. 김 장관은 15일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과 한중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중국군 부대를 시찰한 뒤 16일 귀국할 예정이다.

베이징=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中도 한반도 안정 문제에 책임 통감해야” ▼

마이클 멀린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사진)은 14일 “한반도의 안정 문제에 대해 주변국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여기에는 중국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멀린 의장은 이날 서울 주한미군 용산 기지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문제에는 한국과 미국의 책임을 넘어 역내에 책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 나라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역할에는 제한이 있다”며 “함께할 때 더 큰 결실을 볼 수 있다. 중국은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멀린 의장은 일본의 역할에 대해 “한미일 협력체제는 강력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3국이 군사적으로 계속 협력하는 미래전략을 채택할 것이며 단계적으로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도발을 중단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에 대해 예측 가능한 단 한 가지 사실은 (북한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임스 D 서먼 미 육군 대장은 이날 서울 용산기지 콜리어필드 체육관에서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에 취임했다. 서먼 신임 사령관은 취임사에서 “전시작전권 전환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지휘구조 변화를 통해 한국과 미국 간 동맹관계가 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천빙더(70) 중국군 총참모장 ::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군내 직계 인사로 꼽힌다. 장쑤(江蘇) 성 난퉁(南通) 출신으로 1961년 사병으로 군에 입대해 난창 육군학원 원장, 제1집단군 군장, 지난군구 사령관 등을 지냈다. 2004년 후 주석의 중앙군사위 주석 취임 직후 총장비부장에 발탁돼 선저우(神舟) 6호 발사 프로젝트를 총지휘했다. 2007년 군 총참모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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