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경제5단체장들이 15일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간담회를 시작하기 전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 유승민 최고위원, 홍 대표,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사공일 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희범 경총 회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철퇴 등 최근 잇따른 ‘대기업 때리기’로 긴장 관계에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재계가 15일 얼굴을 마주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경제5단체장을 국회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홍 대표가 먼저 경제5단체에 “기업활동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돼야 하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기를 넘기면서 정부와 여당은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펴왔고 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탈출했다”면서 “이제는 경제성장의 성과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서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을 비판했던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경제계도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관행을 조속히 정착시키고 동반성장을 통해 사회 각 부분의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1시간 20여 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는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한나라당과 재계의 미묘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동반성장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개별 현안을 두고 당과 재계의 견해가 갈렸기 때문이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동반성장은 기업 스스로 필요성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해야지 제도화해 일률적으로 하면 부작용이 크고 지속하기도 어렵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장 이해가 엇갈린 부분은 상급노동단체에 파견되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원이었다. 홍 대표는 “대승적 차원에서 경제단체가 이 문제를 해결해 지급하는 게 좋겠다”고 주문했다. 전날 방문한 한국노총에서 강력한 요청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임금 지원은 노조전임자와 복수노조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노조 측이 협조한다는 전제로 합의한 것”이라며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이에 홍 대표는 “몇 푼 들지도 않는데 과감히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참석자들은 전했다. 단체장들은 “기다려 달라.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또 홍 대표는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의 일환으로 서민층 자녀를 위해 장학금을 조성하는 데 지원을 요청했고 경제단체 측은 “상의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도 양측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발언들이 오갔다. 사공일 무역협회장은 “대학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하고 전문계 고교 졸업생을 우선 채용해 불필요한 고학력 인플레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당에서 “기업이 채용 및 승진에서 학력 차별을 없애 달라”고 주문하자 재계는 “학력 차별 금지는 교육 개혁으로 풀 일이 아니냐”고 맞섰다.
재계는 정부 여당이 감세 기조를 유지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법인세율을 예정대로 인하해 조세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MB노믹스’와 감세 기조를 버린 것이 아니다”면서 “최고세율구간에 대해서만 유예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당론으로 결정해 번복하기 어렵다”면서도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와 고용창출투자세액제도 등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계는 기업인의 국회 소환과 개별 노사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현장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