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공무원 투표독려 금지’ 찬반논란 가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6일 03시 00분


합당 “투표독려는 반대독려”
부당 “시민이 판단할 일”

다음 달 25일 전후로 실시되는 서울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의 투표 독려 행위를 놓고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서울시 공무원, 각급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언론인 등이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것을 금지했다. 각 정당의 의견이 확실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투표를 독려하는 것 자체가 특정 방향으로의 투표를 유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투표율이 33.3%에 미달하면 개표가 불가능해 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알 수 없다”며 투표 독려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민투표에 승부수를 던진 상황이어서 시 공무원들로서는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 투표 독려 찬반 팽팽

독려 행위 금지론자들은 이번 주민투표를 발의한 측이 전면 무상급식 대신 소외계층에 대한 단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어 독려 행위 자체가 ‘무상급식 반대’를 부추기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시 공무원들이 시민들에게 투표에 참여하라고 하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가치중립적인 선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는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사립대의 교수도 “오 시장이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독려 행위를 단순한 형식 논리로 바라볼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남궁근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도 “이번 주민투표는 오 시장 개인의 정치적 입지와도 큰 관련이 있다”며 “선관위의 결정은 이런 정치적인 배경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대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이 투표하라고 한다고 무조건 시가 원하는 방향으로 표를 던질 것으로 보는 것은 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개표를 통해 정확한 민의가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익섭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도 “선관위는 투표 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문제가 생길 때만 개입하는 것이 맞다”며 “서울시를 비롯한 관련 기관이 주민투표를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검증을 받아 투표 독려 방법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투표 운동 범위도 논란

투표 운동에 대한 범위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투표 운동은 ‘주민투표에 부쳐진 사항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하게 하거나, 주민투표에 부쳐진 두 가지 사항 중 하나를 지지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주민투표에 부쳐진 사항에 대한 단순한 의견 개진 및 의사 표시는 투표 운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 있어 ‘의견 개진’과 ‘투표 운동’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또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투표 운동은 할 수 없지만 지자체 공보, 일간신문, 인터넷 등에 투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투표 정보를 알리는 행위가 결국 투표를 독려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를 들어 오 시장이 “○월 ○○일이 투표일입니다”라고 알리는 것은 정보 제공이지만 이날 투표를 하자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반 선거의 경우 선관위는 ‘○월 ○○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입니다’라는 문구로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과거 세 번 실시된 주민투표에서는 투표 독려를 허용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선관위는 2005년 7월 제주도 행정구조 개편에 관한 주민투표와 같은 해 9월 청주시-청원군 통합, 11월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유치 관련 주민투표에서는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 시민의 의견을 정확하게 수렴하는 것’으로 해석해 독려 행위를 허용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 독려 행위나 불참 운동이 투표 운동에 해당돼 금지한다는 원칙만 세워져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금지할지는 논의하고 있다”며 “주민투표 발의 공고를 하기 전에 세부지침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15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당은 주민투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도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주민투표 문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이날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투표 청구 대상이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실시’에 대한 찬반을 묻는 형식이 아니라 ‘단계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 정책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무단 변경됐다”며 “서명요청, 청구인 서명부 작성도 주민투표법과 조례에 위배돼 다음 주에 주민투표 청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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