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통일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남북협력기금+세금’ 방식을 사실상 확정했다. 그러나 통일재원의 규모와 이를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식, 발표 시기 등을 놓고 정부 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려 최종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기금과 세금 동시 활용 방안
정부 고위 당국자는 15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일재원 마련 방안이 거의 (완성)됐다”며 “정부 내 협의에 필요한 절차들을 밟아 3∼4주 내 발표할 목표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해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며 “우선 남북협력기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 내에서는 1조1000억 원대인 남북협력기금 중 집행되지 않은 채 불용액으로 매년 국고에 반환하는 1조 원가량을 통일재원으로 적립하고, 다음 연도의 기금은 별도로 편성하는 방안이 거론돼 왔다.
이 당국자는 “이 방안에 대해서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이미 법안을 제출해 놓은 것이 있어 컨센서스(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이 남북협력기금 불용액을 ‘한민족통합계정’으로 적립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기금협력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국회에 관련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이어 그는 “또 한 가지는 세금으로 충당하는 문제”라며 “이는 초기부터의 구상이지만 세금이 일부 포함되더라도 서민에게 부담이 안 가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간접세가 아닌, 소득세나 법인세처럼 일부에게만 부과되는 직접세를 통해 통일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두 가지 방식으로 마련되는 통일재원의 규모는 2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정부 내에서 협의가 좀 더 필요하고 거쳐야 하는 절차들도 있다”며 발표가 다소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여전히 만만치 않은 저항
정부의 통일재원 마련 논의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통일부는 ‘통일재원논의추진단’이라는 명칭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 연구용역 등을 통해 통일재원 마련 방안을 모색해 왔다. 통일부는 올해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통일세 언급 이후 1년이 다 돼가는 만큼 연구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내에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민감한 내용에 대해 여론이 아직 수렴되지 않았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의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통일부와 학자들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공개 이후 어그러진 남북대화 기조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는 상황에서 굳이 민감한 내용을 발표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통일재원 마련 방안 발표가 8·15 광복절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노동신문에 실린 ‘집요하게 추진되는 통일세 도입 책동’이라는 제목의 논평 기사를 인용해 “통일세는 북침야망 실현에 탕진하기 위한 대결세, 전쟁세”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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