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법무부 장관 내정에 대해 트위터에서는 전반적으로 긍정론보다 부정론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정론은 권 후보자 내정 발표 전날 최고조에 달했다가 발표 당일(15일)에는 오히려 하락했으며 긍정론은 발표 전날보다 당일 더 높아졌다. 이는 한나라당 내에서 권 후보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14일 최고치에 오르다가 정작 15일 의원총회에서 긍정론이 우세해진 것과도 유사한 흐름이다.
동아일보는 텍스트마이닝(textmining) 전문기업인 ‘트렌드시크’와 함께 9∼16일 한국에서 발생한 2100만여 건의 트윗(트위터의 글)을 분석해 권 후보자 내정에 대한 트위터 민심을 들여다봤다. 텍스트마이닝은 인터넷이나 트위터에 올라온 글 중 특정 주제와 관련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의미를 분석하는 첨단 기법이다.
분석 기간에 권 후보자와 관련 있는 트윗은 4612건이었다. 그에 대한 트윗은 법무장관 내정설이 퍼진 12일부터 본격 발생했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이 있던 13일에는 580건으로 급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스타일리스트로는 곤란하다”며 권 후보자 내정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 남경필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내 소장파그룹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반발한 14일에는 1180건, 내정 발표 당일에는 2250건으로 최고치에 달했다.
이 트윗 중 의견이 분명해 여론으로 유의미한 글은 총 2535건이었으며 권 후보자 내정에 대해 긍정론은 340건에 그쳤으나 부정론은 1617건으로 긍정론의 4.7배나 됐다. 나머지는 중립 등 기타 의견이었다. ▼ 느낌 분류하면 ‘의혹’ 127건-‘원만하다’ 73건 ▼
여론의 추이를 보면 긍정론과 부정론이 시기적으로 미묘하게 엇갈렸다. 부정론은 13일 261건에서 발표 전날인 14일 736건으로
최고치에 올랐으나 내정 발표 당일인 15일에는 457건으로 추세가 한풀 꺾였다. 긍정론은 13일에는 24건, 14일에는
63건이었으나 발표 당일에는 236건으로 전날보다 3.7배가량 늘었다. 권 후보자에 대한 트윗 민심은 내정 발표 전 이틀 동안
최악이었고 발표를 기점으로 주말을 거치며 일단 다소 누그러졌으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어떤 이슈가 트위터 공간에 제시되느냐에
따라 언제든 여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트렌드시크 측은 분석했다.
권 후보자와 관련해 일주일간 트위터상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인물은 함께 내정 발표된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로 1078건이었다. 2위는 MB(이 대통령의 영문 이니셜)로
1014건이었으며 3위는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로 432건을 기록했다. 권 후보자가 김 여사의 초등학교 후배로 사석에서는 김
여사가 ‘재진아’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jonghee1라는 트위터 사용자는 16일
“환상콤비 靑-與, 권재진 강행…비토 쇼였어? http://j.mp/q9jpel 누님라인 탄생, 도둑에 칼 쥐어주나 野-네티즌
맹비난”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4위는 ‘이명박’(406건), 5위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355건)였으며 6위에 문재인 전 노무현 대통령비서실장이 오른 게 눈에 띈다. 노 전 대통령이 문재인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법무장관에 임명하려 했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비판한 사실이 트위터에서도 자주 회자된 것으로 풀이된다.
권 후보자에 대한 트윗을 ‘좋다’ ‘나쁘다’ ‘원만하다’ ‘기쁨’ ‘의혹’ 등 감성어로 카테고리화할 경우 ‘의혹’이라는 단어의
범주에 포함되는 트윗이 1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원만하다’는 단어에 들어갈 수 있는 글이 73건으로 2위였다.
‘의혹’에 해당하는 트윗은 “RT @seop2002: ‘MB 방탄’ 사정라인, 참 씁쓸한 퇴임안전판: ‘권재진-한상대 카드’
강행”(사용자 ‘Thomas_ya’) 등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정치공세에 대비해 권 후보자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글이다. ‘원만하다’에는 “이한구(한나라당 의원), 권재진 문제 안 돼”(사용자 ‘donggok’) 등 권 후보자에게 우호적인
트윗이 포함됐다.
▼ ‘자발적 의견’ 진실성… 연령대 편중은 한계 ▼ SNS 분석 의미
동아일보는 주요 이슈에 대한 트위터 민심을 알아보는 ‘SNS로 보는 대한민국’ 시리즈를 연재한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화되면서 주요 화제에 대한 민심의 흐름과 경향을 알아보는 데도 유용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 여론 분석은 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을 강제로 묻는 전통적인 여론조사와 달리 자발적으로 개진하는 ‘진성 의견’을
분석하는 것이어서 여론의 왜곡 가능성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동아일보는 4·27 재·보궐선거 기간에 국내 언론사로는 최초로
트위터상 선거 민심을 분석해 보도한 바 있다.
물론 트위터는 의견을 밝힌 사람의 출신지, 학력, 직업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고 20∼40대가 주로 사용하는 만큼 전체 여론을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다. 동아일보는 이런 점을
감안해 전통적 여론조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한결 정확한 여론을 분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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