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끊이지 않는 병영 사고, ‘땜질식 처방’은 이제 그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8일 17시 00분



[앵커]
해병대에서 동료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총기를 난사한 김 모 상병 사건을 계기로 군대내 구타와 집단 따돌림 등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난 주엔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이 사의를 표했고, 군은 내부 악습과의 전쟁을 선포하기까지 했는데요.

근본적 해법은 무엇인지,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 정치부 정호윤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정 기자. 우선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군 관련 사고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해병대 총기 사고 외에도 군과 관련한 사고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해병대 정모 일병이 부대 안에 있는 목욕탕에서 목을 매 숨졌고, 앞서 3일에도 외박나온 해병대원이 자살했습니다.

지난 주엔 해병대 배 모 원사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특공여단에서 복무하던 이모 일병도 지난 4일 부대 창고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연이은 사고 소식에 군의 사기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서만 사망자가 10여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해병대원이 무려 7명에 달합니다.

군 당국은 사고 원인을 놓고 아직 조사 중이지만, 구타와 따돌림 등 가혹행위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주위 동료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반복되는 사고에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근절 대책이 이제는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앵커]
허 사령관님, 해병대 총기 사건의 원인을 보면, 기수열외라는 말이 자주 거론되는데요.

해병대의 고질적 병폐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피의자 김 상병도 병영악습의 피해자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허평환 전 사령관]
해병대는 전역 후에도 만나면 맨 먼저 묻는 것이 기수이고 기수가 확인되면 곧 바로 선후배 대접을 하는 것이 관례화되어있습니다.

이와 같이 해병대는 기수가 생명처럼 여겨지는 곳입니다.

그런 문화 속에서 생활하는 해병이 선배기수임에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조금 모자란다고 해서 선배기수가 후배기수로부터 선배대접을 못 받고 기수열외를 당했을 때

는 그 심리적 충격은 대단히 큰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구타와 가혹행위까지 겹치면 정신력이 약한 병사는 자살, 탈영, 총기 난동 등의 사고를 범할 수 있습니다.

이번 해병2사단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 기수열외와 구타 및 가혹행위로 밝혀졌기 때문에 사고를 일으킨 김 상병이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후진적인 병영 부조리는 왜 근절되지 않는걸까요?

[허평환 전 사령관]
병영 내 구타와 가혹행위 같은 악습은 오랫동안 대물림하면서 음성적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고, 병사들 사이에서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휘관들이 이

를 찾아내어 뿌리 뽑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또한 구타 와 가혹행위 등의 악습은 지속적으로 단속하지 않으면 슬그머니 다시 돋아나는 잡초와 같은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웬만큼 노력해서는 근절되지 않습니다.

해병대의 경우 강한 정신적 육체적 특성을 요구하는 군의 특수성으로 인해 어떤 면에서는 웬만한 가혹행위를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절대로 척결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앵커]
정 기자, 해병대가 '병영문화 개선 작전'이라는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장병들을 상대로 집중 교육을 하겠다는 의미인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해병대는 총기 사건 이후 병영문화혁신 100일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기존의 병영문화 혁신 프로그램을 대폭 개선해 군사작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강력하게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건데요.

모든 장병들을 대상으로 집중교육을 하는 한편 인권전문가를 초청해 불미스러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불신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습니다.

잠시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전화인터뷰 : 임태훈 / 군 인권센터 소장]
"각 군 사관학교와 부사관학교, 이런 곳에서 인권교육을 과목으로 채택해서 정식 교재도 만들고, 학점을 부여하고 해야 하는 부분이 있죠."

군이 내놓은 대책들은 대부분 지난 2005년 6월 경기도 연천 GP부대 총기 난사 사건 이후,
군이 대대적으로 펼친 병영문화 개선운동에 포함됐던 것들입니다.

이른 바 '사후약방문'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앵커]
허 사령관님, 관심 사병 등 부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병사들에 대한 관리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이 나오는데요.

현재까지 어떻게 관리돼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제도를 새로 정비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허평환 전 사령관]
지금까지 군은 관심 병사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예를 들면, 후견인을 임명하고, 군종장교를 활용하며, 전문 상담사를 운영하고, 그린켐프를 운영하며, 보직조정을 하고, 입원치료를 하며, 조기전역을 시키는 등의

많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문상담사를 더 늘려야하고, 전문 진료 및 치료능력을 더 확충시켜야하며, 신검을 강화하여 정신질환자는 입영을 차단시켜야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휘관들이 관심을 더욱 많이 기울여 관심 병사를 조기에 발굴하여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입니다.

[앵커]
네 군대다운 군대, 존재만으로도 무한한 믿음을 주는 군을 만들기 위해선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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