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내년 총선 때 현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19일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과 관련해 ‘이렇게 바꿀 것이다’ ‘저렇게 할 것이다’ 하는 얘기는 완전히 오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총선 전망이 어두운 만큼 ‘구원투수’로서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거나 ‘후순위’ 비례대표로 입후보해 배수진을 쳐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공론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는 ‘지역구에 그대로 출마한다는 얘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 지역구를 유지하려는 이유에 대해선 “제가 유권자들께 처음부터 약속한 게 있고, 그 신뢰를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동행한 이정현 의원은 “지역민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으로 박근혜식(式) ‘신뢰 정치’의 일환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가 1998년 15대 국회 보궐선거에서 대구 달성에 출마할 때 “이 지역을 끝까지 지키고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당시 상대 진영에서 ‘이번 선거를 마치면 (다음 선거에는) 서울로 가버린다’고 공격하자 박 전 대표가 이같이 약속했고, 이후 총선 때마다 박 전 대표는 같은 공격에 같은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상당한 고민과 계산 끝에 나온 발언이라는 관측이다. 당내에선 박 전 대표의 총선 역할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의 모든 짐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은 박 전 대표의 대선 행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수도권에 출마하거나 ‘후순위’ 비례대표에 입후보할 경우 당의 총선 성적이 박 전 대표에게 직접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지원 유세에는 적극 나서되 정치적 부담은 덜기 위해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친박(친박근혜)계 측의 한 인사는 “내년 총선은 ‘홍준표 체제’로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에 대해 ‘지역구를 바꿔 출마하는 일은 없다’는 뜻으로만 받아들여야지 내년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일찍 할 경우 지역구를 겨냥하고 활동하는 이들로 지역구가 혼란스러워진다”면서 “박 전 대표가 때가 되면 정확하게 자기 생각을 밝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박 전 대표는 총선 지원 유세 여부에 대해 “총선을 치르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당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노력하느냐, 공천을 얼마나 투명하게 국민이 인정할 정도로 잘하느냐에 몰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그런 것이 전제돼 있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가 국민 앞에 얼굴을 들고 나와 ‘잘하겠다’는 말을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정책이나 공천 등 평상시 당 운영의 내용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구해야 한다는 선거 소신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당내 이견이 있는 무상급식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마다 사정과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지원 여부를 묻자 “제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3개월여 만에 지역구도 찾았다. 그는 달성군 내 성서공단에서 열린 발광다이오드(LED) 생산업체 에스에스엘앰㈜의 신축공장 기공식 축사에서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유치가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