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이전-전작권 전환, 안보태세 스스로 약화”… 현직 보훈처장 ‘작심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0일 03시 00분


예비역 중장 박승춘 처장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사진)은 19일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과 주한미군 기지의 후방 이전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흔드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초대 대통령 우남 이승만 박사 46주기 추도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차관급 인사가 정부의 주요 안보정책을 공개석상에서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 처장은 추모사에서 “호국의 역사를 모르는 젊은이들은 대한민국 안보를 보장해준 한미동맹의 역사를 알지 못한 채 무조건적인 반미감정을 앞세우고 있다”며 “우리는 그동안 고인이 갖춰놓으신 안보태세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조치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한미동맹을 이룬 것을 평가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처장은 이어 “수도권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후방 이전이 진행 중이고 전작권도 2015년 반환될 예정”이라며 “대한민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양국은 전작권을 2012년까지 한국군에 전환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는 북한의 군사위협과 안보여건을 고려해 전환 시기를 2015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박 처장은 또 “부끄러운 현실에 죄송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에게 이 대통령님의 업적을 바르게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이 남겨주신 안전보장 장치를 지켜 안보위기를 극복하고 북한이 내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것을 막아내 더 큰 대한민국으로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박 처장은 2004년 7월 합참 정보본부장 재직 당시 북한 경비정이 한국 해군에 ‘중국 어선이 내려간다’는 허위통신을 보내며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사실을 알리려고 남북 함정 간 교신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책임을 지고 자진 전역했다. 이후 각종 세미나와 강연을 통해 전작권 전환 반대 활동 등을 펴다 올해 2월 보훈처장에 취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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