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살림살이 가장 팍팍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1일 03시 00분


장바구니 물가+체감실업률… 상반기 경제고통지수 최고

강원 원주시 인근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는 원모(54) 씨는 요즘 가계부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한 달 생활비가 불과 6개월 사이에 50만∼60만 원 오른 300만 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항목은 기름값이다. 등유값이 치솟으면서 겨울에는 한 달에 난방비로만 70만 원이 들어가 지난해보다 10만 원 이상 늘었다. 식료품값 역시 20만 원 가까이 증가했다. 사료값이 최근 몇 년 사이 2배가량 치솟으면서 우사(牛舍)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 생활경제 고통지수 강원-경북-전남 순

물가 급등으로 체감경기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강원지역이 올 들어 ‘생활경제고통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과 전남은 올 1분기만 놓고 보면 생활경제고통지수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보다도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구직난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물가 현상이 겹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이 외환위기 못지않은 수준으로 악화된 것이다.

동아일보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올 상반기 ‘생활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강원이 14.0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북(14.01), 전남(13.94), 전북(13.34)이 뒤를 이었다.

생활경제고통지수는 152개 생활필수품으로 측정하는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와 체감실업률(주당 17시간 이하를 일하는 사람은 실업자로 간주)을 더해 산출한 것으로,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경제적인 고통을 수치로 나타내는 지표다. 예를 들어 상반기 생활물가상승률이 4.5%, 체감실업률이 8%면 생활경제고통지수는 12.5가 된다.

이 지수는 고령자와 농림어업 종사자가 많아 실업률이 낮은 도 지역이 광역시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1∼4위를 차지한 강원과 경북, 전남, 전북은 물가가 오르기 전인 2009년까지는 모두 10위 권 밖이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생활경제고통지수는 광역시보다 도 지역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 고유가 충격, 도 지역에 집중

이처럼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이 많은 도 지역의 고통지수가 치솟은 것은 올해 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국제유가와 농축수산물 상승의 충격이 광역시보다 도 지역에서 훨씬 컸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많은 광역시에 비해 지역난방이 발달하지 않은 도 지역은 가계지출에서 석유류에 대한 지출 비중이 크다. 실제로 강원은 석유류 지출비중이 6.9%로 서울(3.9%)보다 훨씬 높다. 고통지수가 높은 경북(7.2%)과 전북(6.3%), 전남(5.9%)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1위에 오른 강원은 기름값은 물론이고 식품과 개인서비스 요금 대부분이 서울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