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대선캠프 총선뒤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1일 03시 00분


“당내 다른 대권주자 잘 안보이는데 서둘 필요 있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선 캠프 구성이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20일 “총선이라는 변수가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식적인 대선 캠프 구성은 4월 총선 직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친박계 내에선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가 대선을 1년 5개월 앞둔 2006년 7월 안국포럼 멤버를 구성하고 사무실을 열었으며 박근혜 후보는 2006년 9월 사무실을 열었다. 박 전 대표의 경선 패배 이후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캠프 구성이 이 후보보다 늦은 점이 지목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조기에 캠프를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친박 의원들이 공식 캠프 구성을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루기로 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당내 유력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캠프 구성을 앞당겨 대선 국면을 조기에 과열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총선 공천 이전에 캠프를 구성할 경우 줄 세우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총선이 끝나봐야 당선된 현역 의원 중심으로 캠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속사정도 있다. 친박계 관계자는 “총선 전에 캠프를 구성했다가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이 되는 상황에 직면하면 난감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표 주변의 원외 인사들이 모여 대선을 준비하는 사무실은 연말쯤 개소할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표는 올 하반기에도 눈에 띄는 대선행보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의 하반기 주요 행보는 국정감사 때 소속 상임위원회(기획재정위)에서 경제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표의 ‘지역구(대구 달성) 출마’ 발언이 당 안팎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에 내정된 정두언 의원은 이날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는 영향력이 큰 지도자인데 참 안타깝다”며 “박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비례대표 뒷번호 또는 서울의 강북과 같은 험지로 출마해 당의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전날 “(박 전 대표의 생각이) 내 생각과는 다르다. 대선을 앞두고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대선을 준비할 수 있을지…”라며 부정적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이런 반응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총선 위기감’과 무관치 않다. 현재로선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기댈 수 있는 것은 ‘박 전 대표의 진두지휘’와 ‘공천 쇄신 바람’밖에 없는데 이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 의원들도 예상치 못했던 박 전 대표의 발언에 우왕좌왕했다. 대구 지역의 한 친박 의원은 “대구 달성에 출마하면서도 충분히 전국 지원 유세가 가능하다. 수도권에 출마할 경우 본인 선거에만 집중하게 돼 오히려 다른 지역에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부산 지역의 다른 친박 의원은 “원론적인 발언일 뿐 총선과 대선의 기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출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 내에선 “몇몇 의원이 박 전 대표의 내년 총선 거취에 대해 공연히 추측성 발언을 내놓아 괜한 논란만 불러일으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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