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당정청회의 ‘감세-반값등록금’ 얼굴만 붉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2일 03시 00분


쟁점 이슈 결론 못내고 끝내… 일부 “장관 왜이래” 언성
민생예산協 구성만 합의

黨 자리는 비고, 靑 자리는 꽉 차고 21일 오전 7시 반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 한나라당 인사들이 회의 시간을 지키지 않아 군데군데 빈자리(왼쪽 동그라미)가 눈에 띄지만 정부와 청와대 측엔 빈자리가 전혀 없다. 빈자리는 왼쪽부터 남경필, 나경원 최고위원,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전재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한선교 문방위 간사.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黨 자리는 비고, 靑 자리는 꽉 차고 21일 오전 7시 반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 한나라당 인사들이 회의 시간을 지키지 않아 군데군데 빈자리(왼쪽 동그라미)가 눈에 띄지만 정부와 청와대 측엔 빈자리가 전혀 없다. 빈자리는 왼쪽부터 남경필, 나경원 최고위원,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전재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한선교 문방위 간사.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오늘은 처음 시작하는 것이니까…. 앞으로 당정을 좀 더 콤팩트하게(밀도 있게) 해 나갈 겁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2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고위 당정청회의를 마친 뒤 이같이 말했다.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나 총리실이 아닌 한나라당 주재로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회의라는 상징성이 크지만 그 내용 면에선 100% 만족하지 못했다는 표현으로 풀이된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비슷한 반응을 내놓았다. 당이 요구하는 추가감세 철회,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재정지원 등 민감한 쟁점사안마다 정부가 완곡한 거부의 뜻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이날 당정청은 ‘민생예산 당정협의회’ 구성에 합의했다. 당이 정부의 예산안 편성 단계부터 민생예산을 반영한 뒤 국회에 제출되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예산 국회에서 증액 또는 감액을 놓고 정부와 씨름하기보다는 사전 조정이 가능해진다. 또 당정은 올해 하반기 거시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고 이를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회의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독과점 시장구조와 유통구조 개선 △공기업 경영혁신을 통한 공공요금 인상 억제 방침을 보고했다. 또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재개발과 재건축 지역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방침을,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파견·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시정 신청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각각 보고했다.

그러나 당정은 곧 추가감세 철회 이슈를 놓고 충돌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이 “추가 감세는 더 없다는 게 당의 확고한 방침인 만큼 정부는 다른 말을 해서 국민의 혼선을 부추기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강조했다. 이에 박 장관은 “감세는 오랜 당정협의를 거쳐서 정한 당의 방침이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래 계속된 방침이었다”며 “당이 오랜 논의를 거쳐서 기조를 바꾼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 당정 간에 합의된 사항으로 얘기할 수 없는 처지”라며 피해갔다. 이에 일부 최고위원은 “장관이 왜 이상한 소리를 하느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서운함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기현 대변인은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당정청이 공감대를 이뤘고 당정은 향후 소득구간별 차등 지원과 대학 구조조정을 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지원 강화, 부실 대학 구조조정 등에 대해 정책적 보완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황우여 원내대표가 오랜 준비 끝에 발표한 ‘내년 1조5000억 원의 재정 지원’이라는 방안에는 끝내 확답을 하지 않았다.

또 한나라당에선 비정규직 차별금지 규정을 담은 입법화가 필요하다며 정책 보완을 요구했다. “사내 도급 근로자도 법적으로 차별금지 대상으로 하고 차별에 대해서는 징벌적 배상제도나 대표신청시정제도 등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기업의 비정규직 고용 형태와 고용 인원을 공개하고 비정규직을 줄이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대안도 이어졌다.

당정청회의가 끝난 뒤 남경필 최고위원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정부가 여전히 민심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바닥 민심과 정부 대책이 겉돌다 보니 당의 방향 설정에 대해 국민이 전혀 신뢰하지 않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등록금 정책에 대해 다음 달 안에 정부와 조율을 끝내는 등 사안별 당정회의를 수시로 열어 결론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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