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금명간 남북 외교장관회담 또는 북핵 6자회담 대표 간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남북 회담 결과에 따라 북-미 대화, 6자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남북관계 및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의춘 외무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은 21일 저녁 발리에 도착했다. 박 외무상은 공항 도착 즉시 숙소인 콘래드발리호텔로 향했다. 박 외무상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핵문제를 담당해온 이용호 외무성 부상도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상은 공항과 호텔에서 목격되지 않았으나 정부 관계자는 “입국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부상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맡아온 6자회담 수석대표 자리를 맡을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부상의 발리 도착으로 남북 비핵화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우선적으로 남북 회담을 갖자는 우리의 제안에 호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결국 북측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다”며 “이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 및 6자회담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남북회담이 성사되면 올해 2월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 당국 간 회담이 5개월 만에 이뤄지게 된다. 남북은 5월 이후에도 천안함, 연평도 사건 해결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는 비밀접촉을 했지만 북한의 폭로성 공개로 무산됐다.
남북회담은 김성환 장관과 박의춘 외무상 간의 외교장관회담 또는 6자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측 이 부상 간 회담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 6자회담 대표가 배석한 가운데 외교장관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 ▼ 꽉 막힌 6자회담, 발리서 물꼬 트이나 ▼
발리 도착한 박의춘 北외무상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는 북한 대표단 단장인 박의춘 외무상이 21일 밤 인도네시아 발리의 숙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발리=연합뉴스
이에 앞서 이날 발리국제컨벤션센터에서 만난 북한 대표단 관계자는 남북 외교장관회담 성사 여부를 묻자 “(조만간) 알게 될
것”이라며 “23일 일정을 조율한 다음 통보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외무성 국제기구과장이라고 밝힌 이 관계자는 “국장급
대변인을 정해 모든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상은 공식 대표단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위 본부장과의 비공개 회담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회담 공개 여부에 상관없이 회담을 열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정부가 대화에 적극 나서는 것은 ARF가 북한과 공개적으로 접촉할 유일한 기회인 데다 남북관계 경색과 대화 중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한국에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남북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ARF 의장성명 문안에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당국자들은 한국이 ‘남북 대화 우선’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등이) 남북 대화가 진전되지 않는 것에 답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발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한국은 중국 측에 남북관계가 잘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그동안 남북 비밀접촉을 폭로하는 등 남측과의 대화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으나 식량난과 수해까지
겹친 상황에서 더는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은 이번 발리 남북회담 결과와 상관없이 곧바로
북-미 접촉 또는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도 남북
대화 성사에 주목하고 있다. 위 본부장과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0일 발리에서 만나 남북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중국은 22일 북한과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남북 대화를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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