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내에서 벌써부터 공천 ‘물갈이’ 규모와 당이 전력을 집중할 전략지역에 대한 이견이 터져 나오고 있다.
주호영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장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19대 총선 공천에서 40% 안팎의 현역 의원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18대 국회 현역 의원 10명 중 4명은 공천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주 위원장은 “17대 총선에서 42%, 18대 총선에서 48%가 바뀌었다. 통상 그 정도 바뀐다는 것이고, 이번에도 그 정도(공천 물갈이)는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 중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인재영입위원회 구성을 마칠 예정이다. 많은 인재를 파악하고 있는 헤드헌터업체 대표 등도 모실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역 의원을 대신해 총선에 내보낼 외부 인사를 찾는 작업을 서두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당위원장에 선출된 재선의 이종구 의원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에 헌신하고 당을 지켜온 사람들을 내쫓고 낙하산 공천을 하면 되겠느냐. 대폭 물갈이는 논리가 빈약하다”고 반박했다. 당내에선 이 의원의 발언이 수도권 다선 의원들의 정서를 대변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물갈이 공천이 시작되면 수도권과 영남권 다선 의원들이 가장 먼저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호남 포기론’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전날 홍준표 대표가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모두 충청권 출신으로 임명해 내년 선거에서 이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후 당내에서 “그럼 호남은 포기하자는 것이냐”는 반발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명직 최고위원 중 1명은 호남에 배려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관행이었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 강도가 가장 세다. 박근혜 전 대표가 과거 한나라당 대권 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남에서 지지도가 높고, 호남권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 대표 등 충청권 ‘올인(다걸기)’ 전략에 동조하는 당내 인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호남에 아무리 공을 들여도) 내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될지는 불확실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도 호남권에서 한나라당의 득표율이 크게 올랐지만 결국 당선자는 내지 못했다.
당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호남권의 지지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선거에서는 ‘거품’이 사라지듯 실체가 없는 지지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뚜렷한 야권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과도기의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반면 2002년 대선처럼 내년 대선도 충청권의 표심에 따라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지역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친박계 의원은 “표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얄팍한 정치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박 전 대표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