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아들 눈앞에서 北보위부에 끌려간 반민특위 위원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정부, 전시납북자 55명 인정… 이산상봉-유해송환 등 추진

김정육 씨(76)는 1950년 7월을 잊지 못한다. 검은 지프를 타고 나타난 북한 정치보위부 직원 2명이 부친 김상덕 전 의원(반민특위 위원장)을 그의 눈앞에서 끌고 갔기 때문이다. 그들은 “훌륭한 일을 하신 분이니 잠시 모시겠다”고 했지만 그날 이후 부친을 만날 수 없었다.

다섯 살에 어머니를 여읜 김 씨는 납북된 부친과 헤어진 뒤 전국을 떠돌았다. 부친이 월북인사로 분류돼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기도 힘겨웠다. 일용직 노동자 생활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마흔 살 늦은 나이에 결혼했지만 곧 아내에게 병마가 찾아왔다. 그는 동아일보 보급소에서 일하며 아내의 병원비를 댔다. 1990년 뒤늦게 부친이 국가유공자 서훈을 받을 때까지 정부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다.

박오복 씨(72)의 형 박봉식 씨는 1950년 7월 1일 북한군에 납치됐다. 박 씨는 “북한군이 병력을 보강하기 위해 강원도 홍천에서 농사를 짓던 청년들을 닥치는 대로 끌고 갔다”며 “형의 생사라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의 납북으로 고통받아온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가 6·25전쟁 중 납북된 것으로 파악된 민간인 55명을 처음으로 전시납북자로 인정한 것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일 6·25전쟁납북진상규명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하고 “앞으로 납북과 관련한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전시납북자로 인정된 55명에는 김상덕 전 의원 등 제헌 국회의원 6명과 공무원, 법조인, 농민, 자영업자, 학생 등 다양한 직업군이 포함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별 보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가족에게 결정 사실을 통보하고 납북자의 생사가 확인되면 가족관계등록부도 정정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전시납북자가 1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앞으로도 납북피해자 심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측과의 협의를 통해 이들의 생사 확인과 이산가족 상봉, 유해 송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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