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들은 누굴 찍는걸까 8일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앞)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진기자들이 박영선 민주당 의원을 촬영하기 위한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 의원에게 기자들의 관심이 쏠린 이유는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 질의 때 눈물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8일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아들 청문회’였다. 권 후보자 장남이 권 후보자의 고교 동창이 운영하는 경기 포천의 양말제조기계 제작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것과 관련해 정상적인 근무를 했는지 등에 대한 의혹이 집중 제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 내내 “‘나이롱 병역 이수’가 아니냐”고 매섭게 추궁하면서 장남과 함께 병역을 한 사람들의 면담 기록과 연락처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 야당 “장남 동료들 인적사항 차단”
민주당 등에선 재학 중이던 서울대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택에서 관악구 친척 집으로 주소까지 옮겼던 장남이 아버지 호통에 산업기능요원이 됐다는 권 후보자 해명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출퇴근에 5시간 걸리는 직장을 제대로 다녔겠느냐는 의혹이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나이롱 병역 이수’ 의혹을 제기하며 “장남과 함께 근무한 산업기능요원이 세 사람 더 있는데 법무부가 (야당 의원들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압박했다.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지자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권 후보자의 장남과 함께 근무한 동료 2명을 접촉했다”면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신 의원은 “동료였던 권모 씨는 권 후보자의 장남이 ‘지각은 1년에 한두 번 했지만 결근한 적은 없다’고 했고 또 권 후보자의 장남과 전기과에서 함께 근무한 김모 씨는 ‘처음엔 일이 서툴러서 나한테 핀잔도 많이 들었다. 무단결근을 한 기억은 없다’고 했다”고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자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접촉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어떻게 유독 한나라당 의원만 접촉했는지 모르겠다”며 “신지호 의원에게만 (법무부가) 알려준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권 후보자 측에서 이날 저녁에야 장남의 동료 한 명의 연락처를 알려줘 통화했다며 “야당 의원들은 왜 그동안 통화가 안 됐느냐”고 따졌다.
김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장남에 대한) 특혜는 없었다. 나이는 같지만 내가 선임이라 시키는 일을 못하면 내가 많이 혼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야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다른 회사 얘기를 들어볼 때 편한 회사였다”고 덧붙였다. 권 씨는 “우리는 직접 납땜이나 코일을 감는 일은 하지 않아서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하지 않았다. 최근 법무부와 청와대에서 (사실관계를 묻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전화를 그만 좀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후보자는 장남과 관련해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있는데 제 아이가 서울 강남에서 성장해 서민들의 애환과 생활에 대한 이해가 있기를 바라서 근무하게 했다”며 “왜 하필 친구 회사냐고 하는데, 거꾸로 생각하면 친구 회사인 만큼 나의 뜻을 헤아려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장남이 2003년 경기 의정부 원룸에서 살면서 포천으로 출퇴근한 것을 입증하기 위해 인근 지역 은행에서의 입출금 기록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의기양양하게 거기에서 입출금한 기록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합리화하려 한다”며 “병무행정의 달인인데 병무청장으로 가는 게 적재적소 (인사)”라고 비꼬았다. 권 후보자는 “의기양양해서 드린 말씀도 아니다. 의기양양할 이유도,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 ‘누님 라인 인사’ 비판에 반발
권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가깝다며 ‘누님 라인 인사’라고 비판해온 이 의원은 “영부인과 누님 동생으로 부르는 사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누님이라고 부르느냐”라고 물었고, 이에 권 후보자는 “영부인을 누님이라고 불러본 적이 한 번도 없고, 영부인께서 제 이름을 불러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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