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주민투표에 ‘올인’…정치생명 걸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2일 12시 06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열흘 남짓 앞두고 12일 '대선 불출마 선언'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서소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 문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자체의 의미를 훼손하고 주민투표에 임하는 진심을 왜곡하고 있어서 2012년 대선에 불출마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이런 `승부수'를 띄운 배경에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 발의와 동시에 투표운동이 시작됐지만 서울을 강타한 수해와 국제금융위기 등 대형 악재에 여론의 눈길이 쏠리면서 주민투표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야5당과 시민단체가 이번 주민투표를 '오 시장의 대권출마용 관제선거'로 규정, 아예 투표 거부를 선언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지 않고 있는 점도 투표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통해 이러한 야권의 투표 불참운동을 '정면 돌파'하고 여론의 관심이 주민투표를 향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오 시장의 복안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 5¤9일 신고를 받은 부재자 투표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선 것은 오 시장이 이번 불출마 선언을 하는 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아직 투표 열기가 높지 않아 보이지만 적극적으로 투표하려는 시민 수가 이처럼 상당한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지고 남은 열흘여 동안 분위기를 주도할 경우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 시장은 지난 11일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투표 참여가 저조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부재자 투표 신고자가 10만2000명에 달한다. 투표율로 환산하면 35.8%다. 결코 관심이 떨어지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야권과 진보 시민단체들은 이번 불출마 선언이 주민투표에 대한 관심이 시들한 대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민주당 강희용 서울시의원은 "한나라당의 평균득표율을 대입해보면 예상 투표율은 16.1%에 불과하다"면서 "오 시장은 주민투표라는 카드를 꺼낸 데 이어 이번 선언으로 또 한번의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측의 `전면적 무상급식'안을 지지하는 대표단체인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노재성 위원장도 "오 시장이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야권이 거부로 일관하는 한 투표 열기를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오 시장이 투표일인 24일을 앞두고 `시장직 사퇴'라는 또 한번의 '승부수'를 던질지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시장직을 걸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남은 기간 시민의 뜻을묻고 여론을 살피겠다. 당과도 긴밀히 협의하겠다. 그래서 결심이 선다면 투표 전에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투표율을 장담할 수는 없다. 과잉복지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닌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고민과 노력 자체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시장직 거취에 대한 입장도 '여론을 살피고 당과 협의해' 투표전에 밝힐 수 있다고 천명함에 따라 오는 24일 드러날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결과는 재선 서울시장인 오세훈의 정치생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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