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방사능 감시車’ 로 대테러 훈련 시늉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3일 03시 00분


국내 감시차량 4대 중 2대 불량… 수리도 않고 27차례 측정 작업

방사능 오염 정도를 측정하는 이동형 환경감시차량. 이 차량 4대 가운데 2대가 고장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훈 의원실 제공
방사능 오염 정도를 측정하는 이동형 환경감시차량. 이 차량 4대 가운데 2대가 고장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훈 의원실 제공
올해 4월 12, 13일 부산 기장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민관군경 대테러 대비훈련이 열렸다. 이 훈련엔 고리 원자력본부 소속의 이동형 환경감시차량이 투입됐다. 이날 훈련에는 육군53사단과 부산경찰청, 부산시소방본부 등 10개 기관이 참여했고 한민구 합참의장도 참관했다.

이동형 환경감시차량은 방사능 누출이 예상될 경우 신속하게 현장에 들어가 시료를 채취해 오염 정도를 측정하고 공기 중 방사능 농도를 측정한다. 방사능이 차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제작된 특수차량으로 차량 평균 가격이 대당 11억 원에 이른다. 핵 테러 혹은 방사능 테러가 발생하거나 국가 중요시설인 원자력발전소에 지진, 지진해일(쓰나미) 등이 발생해 방사능이 누출됐을 경우 오염된 현장에 들어가 오염 정도를 측정하는 중요 임무를 띤 차량이다.

그러나 이 차량은 지난해 11월부터 휴대용 감마핵종 검출기가 고장 나 방사능의 핵심 요소인 감마선을 측정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핵심 장비들이 고장 난 채 껍데기만 훈련에 참여한 셈. 이 차량은 4월과 7월 신고리 원전 1, 2호기 전체 훈련에도 시늉만 내며 참여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12일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보유한 4대의 이동형 환경감시차량 중 2대가 고장 난 상태다. 울진 원자력본부 소속 차량은 휴대형 감마핵종 검출기뿐 아니라 광대역 감마 감시기, 삼중수소 측정장치가 모두 고장 났다.

지난해 12월 이들 장비가 고장 났는데도 제대로 수리하지 않은 채 27차례에 걸쳐 방사능 측정 작업에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고리 원자력본부는 차량이 고장 난 이후 참여한 훈련과 관련해 어떠한 활동 일지도 작성하지 않았다”며 “훈련지에 차량만 세워놓고 훈련에 참여한 것처럼 시늉만 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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