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불출마-문재인 부상…대권지형 요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4일 08시 56분


내년 대선을 1년4개월 앞두고 여야의 대권지형이 벌써부터 출렁이고 있다.

보수 대연합, 야권 대통합, 예비 대권주자 간 합종연횡 등 정치권의 `빅뱅'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에서 일부 여야 잠룡의 부침으로 지각변동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까닭이다.

여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야권에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급부상으로 내부 구도가 요동치는 양상이다.

◇오세훈 불출마..`박근혜 대세론' 향배 주목 = 여권에서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다른 대권 주자들과의 지지율 격차가 큰 만큼 오 시장의 대선 포기가 `박근혜 대세론'으로 요약되는 현재의 여권 내 대권판도를 흔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박근혜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박 전 대표의 독주 가속화를 뜻한다.

한 친이(친이명박)계 의원은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친이계가 지원할 수 있는 잠룡인 오 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변수 중 하나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와 맞붙을 범친이계 주자들의 위축으로 연결된다.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경선 판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의 범친이계가 `흥행카드' 한장을 잃었기 때문이다.

친이계 전여옥 의원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리그에 더 많은 대선 후보들이 뛰어야 하는데, 오 시장이 그만둔다는 게 득이 되겠느냐"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 내에서도 `맥빠진 경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권의 대권지형이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양강구도로 형성, 유권자의 눈길을 끌고 있는데 따른 위기감이기도 하다.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범친이계 주자들 간 결속력 강화와 새로운 `판 키우기'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박근혜 대세론'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각각 `대권 프로그램'의 조기 가동도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오 시장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현 당헌 당규상 대권ㆍ당권 분리 규정에도 불구하고 나경원, 원희룡 최고위원 등이 경선 판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나경원 최고위원 등을 대권후보군으로 밀어 넣는 전략적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는 시너지 효과를 의식해 그동안의 느슨한 연대를 강화,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울 수 있다. 여기에 이재오 특임장관이 머지않은 시점에 당으로 복귀하면 `정몽준-김문수-이재오' 3각 연대가 모색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장관은 독도 문제를 비롯한 한ㆍ일 간 현안을 적극 거론하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이어 독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어업협정 개정 공론화에 나서는 정 전 대표는 내달 6일 자전적 에세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사실상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의 사실상 와해를 가져온 7ㆍ4 전당대회 이후 `낮은 자세'를 취해온 이 전 장관은 독도 수호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동해'의 `한국해' 단독 표기를 연일 주장하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이와 함께 무상급식 문제에 있어 오 시장과 다른 선택을 한 김문수 경기지사는 `정중동' 모드로 오는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지켜보고, 이후 대권을 겨냥한 움직임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손학규-문재인 양강 구축 = 야권의 정치 지형도 재편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양강 구도를 구축한 모양새다.

손 대표는 4·27 재보선을 계기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를 추월, 1위로 올라섰으나 한ㆍ유럽연합(FTA) 비준동의안과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 혼선, `희망버스' 논란 등으로 주춤하는 사이 문 이사장이 빠르게 부상했다.

문 이사장은 지난 6월 출간한 회고록 `문재인의 운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7월말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시민사회진영과 함께 하는 `야권통합 원탁회의'를 통해 공개적인 통합 행보에 나서면서 손 대표를 따라잡고 있다.

야권 내부에선 두 사람의 양강 구도가 야권에 대한 관심과 판을 키우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손 대표는 당 안팎의 정체성 공세에도 불구, "수권 정당론'과 `균형 야당론'을 기치로 한 민생진보 행보를 흔들림 없이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진보의 가치를 고수하는 동시에 중도층을 흡수, 2007년 대선에서 "잃어버린 600만표"를 찾아와야 한다는 것이 배경이다.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생을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정치의 최종 목표로 삼아 열심히 달려왔다.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가는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손 대표는 오는 18일까지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2주년 행사에 모두 참석한다. `원칙 있는 포용 정책'을 둘러싼 정체성 논란을 불식시키고 DJ 적자 자리를 꿰차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문 이사장은 여전히 현실정치 참여에 선을 긋고 있지만, 때가 되면 전면에 나서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회고록 출간 당시만 해도 "정치적 행보로 비칠 수 있다"며 거절했던 북 콘서트가 오는 26일 부산에서 열린다. 지난달 서울에 이은 세 번째 행사다. 오는 17일에는 재야인사 중심의 통합추진모임 제안자 모임에도 참석한다.

한 친노 인사는 "그의 정치 활동 중심이 부산에서 서울로 옮겨온 것 같다"고 정치적 외연 확장에 주목했다.

문 이사장의 대권 행보 가능성은 내년 4월 총선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나라당 일색인 부산ㆍ경남(PK) 정치판도를 깨뜨려야 한다"면서 "능력에 맞게, 할 수 있는 만큼 기여해야 한다"고 역할을 규정해 왔다.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결국 감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야권의 또 다른 잠룡인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진보정당과 거리 좁히기에 힘을 쏟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희망버스'에 올랐고, 오는 20일 열리는 야권의 `희망시국대회'에 민주당이 전력을 걸고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담대한 진보' 노선으로 손 대표와는 차별화된 길을 걷고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에서 종로 출마를 저울질하며 대권 가도를 향해 신발끈을 죄고 있다. 그는 싱크탱크인 `국민시대'에 참여한 교수 등 전문가들과 함께 정책 측면의 내공을 쌓는 한편 야권 통합론 설파에도 힘을 쏟고 있다.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침체를 겪는 참여당 유 대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 소통합을 통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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