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안정-개혁성 겸비” 1순위로 꼽아…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9일 03시 00분


“중앙선관위장때 MB와 신뢰… 본인 고사 바람에 시간 걸려”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유력한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꼽혀 왔다. 양 후보자는 2005년 2월 대법관으로 임명된 뒤 올해 2월 퇴임 전까지 원칙에 엄격한 정통 보수성향 대법관이었다. 법리적 이념적 성향이 확연히 드러나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그는 소수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양 후보자는 올 2월 퇴임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소수 의견이 적었다는 지적에 대해 “다수 의견에 가담한 것이 아니고 다수가 공감한 의견이었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선 “보수적이라기보다는 원칙에 충실하고 당당한 법관”이라는 평이 많다. 2002년 서울북부지원장 재직 시절 남성 중심적인 민법 호주제도에 관해 최초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고 당시만 해도 조건이 매우 까다롭던 개명 신청도 모두 허가해 “유연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안정성과 개혁성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양 후보자를 당초부터 최우선 후보자로 판단하고 대법원장직을 제의했다. 김두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18일 밤 내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초기부터 유력 후보였지만 본인이 고사하는 바람에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 후보자와 박일환 법원행정처장(15회), 목영준 헌법재판소 재판관(19회)을 후보로 검토해 왔지만 3파전이라고 하기에는 양 후보자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선호가 매우 강했다”고 말했다. 양 후보자가 2009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이 대통령과 만나 신뢰를 쌓았다는 말도 있다.

청와대는 양 후보자에 대해서는 통상의 장관급 후보자와는 달리 청와대 참모들이 진행하는 ‘약식 인사 청문회’는 치르지 않았다고 한다. 사법부 수장에 대한 예의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만 그동안 인사검증동의서를 내지 않았던 양 후보자는 17일 200문항에 이르는 인사검증 문항이 담긴 검증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제의를 사실상 수락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양 후보자의 임명동의 요청서를 다음 주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양 후보자는 이미 2005년 대법관 임명 때와 2009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임명 때 두 차례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지만 양 후보자가 보유한 부동산 일부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있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양 후보자는 올 2월 대법관직 퇴임 당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는 대법관 등 고위 법조인들이 퇴임 직후 변호사 개업해 전관예우로 거액의 수임료를 챙겨 비판 여론이 많았던 시기였다.

그 대신 그는 평소 그리던 산을 찾았다. 네팔 안나푸르나 봉을 등반한 데 이어 18일 캐나다에서 귀국하기 직전까지 근대 자연보호운동의 아버지인 존 뮤어가 개척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존 뮤어 트레일’을 여행했다. 대법원장 하마평이 무성하던 시기에 먼 곳으로 떠나 있었던 것을 두고 ‘양승태다운 기다림’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법원장 지명 가능성을 열어둔 행보였다는 것이다. 양 후보자는 2005년 3월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과 사돈을 맺었다. 양 후보자의 차녀 소임 씨와 김 전 장관의 3남 수현 씨가 결혼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약력 ::

△1948년생(63) 부산 출생 △경남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12회(사법연수원 2기) △서울민사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지법 파산수석부장 △서울지법 북부지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특허법원장 △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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