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9년 만의 러시아 방문]살찐 얼굴… 자유로운 왼손… 金, 건강 호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2일 03시 00분


2년 전과 오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오전 러시아 아무르 주 부레야역에 도착해 러시아 측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오른쪽 사진). 2009년 평양 김일성 종합대 수영장을 방문했을 때(왼쪽 사진)보다 얼굴에 살이 오르고 배도 많이 나온 모습이다. 연합뉴스·사진 출처 포르트아무르
2년 전과 오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오전 러시아 아무르 주 부레야역에 도착해 러시아 측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오른쪽 사진). 2009년 평양 김일성 종합대 수영장을 방문했을 때(왼쪽 사진)보다 얼굴에 살이 오르고 배도 많이 나온 모습이다. 연합뉴스·사진 출처 포르트아무르
21일 오전 10시 반(현지 시간) 러시아 아무르 주 부레야역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서서히 들어왔다. 러시아 극동지역의 최대 수력발전소인 부레야 발전소가 있는 곳이다. 노란색 줄이 있는 녹색의 특별열차에서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이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내렸다. 객차 앞에는 붉은 양탄자가 깔려 있었다.

비교적 밝은 표정의 김 위원장은 객차에서 내리며 빅토르 이샤예프 대통령극동전권대표, 올레크 코제먀코 아무르 주지사 등 러시아 측 관계자들에게 악수를 건넸다. 김 위원장의 얼굴에는 살이 올라 있었다. 불룩 튀어 나온 배까지 2008년 8월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야위었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걷는 데도 지장이 없었다.

넷째부인 김옥 밀착 수행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러시아 극동의 최대 수력발전소인 부레야 발전소를 찾아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4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이 김 위원장 뒤에서 서명을 돕고 있다. 사진 출처 포르트아무르
넷째부인 김옥 밀착 수행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러시아 극동의 최대 수력발전소인 부레야 발전소를 찾아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4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이 김 위원장 뒤에서 서명을 돕고 있다. 사진 출처 포르트아무르
전통의상을 입은 러시아 여성 3명이 빵과 소금이 담긴 쟁반을 들고 김 위원장을 맞았다. 손님을 맞는 러시아 전통방식이었다. 사진과 동영상 촬영은 엄격히 금지됐지만 김 위원장이 빵을 집는 장면이 러시아 현지 언론에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평소 사용하지 않던 왼손으로 쟁반을 붙잡기도 했다.

이 때문에 뇌중풍 후유증에서 완전히 회복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5월 중국 방문 때 6000km에 이르는 장거리 열차여행을 감행한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러시아 방문길에 나선 것 역시 건강을 과시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러시아 방문의 동선이 극동지역에 국한된 점은 올해 69세인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산∼하바롭스크∼울란우데로 이어지는 이번 이동거리는 총 8000km 정도로 알려졌다. 2001년 러시아 방문 당시 모스크바까지 왕복하며 1만8000km를 소화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날 부레야역 주변에는 경호원 수십 명이 배치됐다. 주 정부는 부레야역 주변의 2층 이상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창문에 커튼을 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 위원장은 5분간 부레야역에 머문 뒤 열차에 싣고 온 전용 방탄차 메르세데스벤츠를 타고 부레야 발전소로 향했다. 아무르 주 경찰 호송 차량이 그 뒤를 따랐다.

김 위원장은 부레야 발전소에 큰 관심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방문을 계획할 때부터 이 발전소 방문도 함께 예정됐다고 한다. 부레야 발전소는 최근 몇 년간 러시아가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 건설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전력 공급원으로 꼽은 곳이다.

김 위원장은 발전소에 도착해 한국어로 번역된 홍보 동영상을 본 뒤 기계실을 둘러보고 댐 방류 장면을 지켜봤다. 방명록을 훑어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서명을 발견하자 내용이 무엇인지 번역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방명록에 ‘부레야 자연을 정복한 러시아 인민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2011.8.21 김정일’이라고 썼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 옆에는 넷째 부인으로 알려진 연두색 재킷 차림의 김옥이 서서 방명록 서명을 도왔다. 김옥은 북-중 정상회담 때 만찬 헤드테이블에 앉는 등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발전소에서 약 3시간 머문 뒤 부레야역으로 돌아왔다. 러시아 측은 김 위원장에게 학이 그려진 석화(石畵)를 선물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환송식 때에는 계속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이날 오후 4시 정상회담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울란우데를 향해 떠났다.

울란우데는 부랴트 자치공화국의 수도로 세계 최대 담수호인 바이칼호에서 동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져 있는 시베리아 교통·산업의 요충지다.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세계 최장 철도인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주요 기착지점 가운데 하나로 몽골횡단철도가 갈라지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몽골횡단철도는 울란우데에서 출발해 몽골을 거쳐 중국 베이징(北京)까지 연결된다. 울란바토르와 울란우데는 같은 몽골족의 도시로 각각 ‘붉은 영웅’ ‘붉은 우데(인근 강의 이름)’라는 어원을 갖고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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