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여권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상급식 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 12일 대선 불출마 선언에 이은 두 번째 승부수다. 오 시장은 21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일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이 33.3%에 못 미쳐 투표가 무산되거나 개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시장직을 걸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시장직 걸기’를 강행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20일 오 시장과 만나 “총선, 대선을 비롯해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문제가 많다. 직을 걸려거든 투표에 졌을 때 하라”고 했다고 한다. 청와대도 김효재 정무수석이 나서 막판까지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오 시장의 선언 이후 홍 대표는 “그렇게 말렸는데 투표율을 놓고 신임 투표를 하겠다는 거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오늘 오 시장의 행동은 대통령과 당의 뜻을 모두 저버린 것”이라고 했다.
대권에 뜻을 품고 있는 오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한나라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승부수를 던진 것은 그만큼 사정이 절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도, 여론도 반대했지만 시장직 연계는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며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권에선 투표율이 25∼30%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시장직을 걸면 투표율이 5%포인트 정도 오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진정성을 호소하기 위해 회견장에서 무릎을 꿇고 여러 차례 눈물도 훔쳤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시장으로 뽑아준 시민에게 사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장기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로운 보수 정당에 대한 수요가 생길 정도로 여권의 좌(左)클릭 경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보수의 전사’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보수 진영에서도 ‘정책투표를 정치투표로 변질시켰다’는 비판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투표 패배 후 ‘식물 시장’으로 고사(枯死)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정도 비판은 감수할 수 있는 것이 정치 현실이다.
오 시장 측근들에 따르면 청와대의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10월 재·보선의 부담을 고려해 사퇴 시기는 한 달 이상 미룰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1일 이후 사퇴하면 10월 26일 재·보선이 아닌 내년 총선에서 새 시장을 뽑는다.
오 시장은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더라도 2017년 대선까지는 총선, 재·보선, 입각 등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정치적 도박’이란 평가가 있지만 ‘잃을 게 많지 않은 게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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