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민노대표 “北 3대세습에 침묵하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2일 03시 00분


《 대입학력고사 전국 여자 수석 출신이 왜 농성과 투쟁을 서슴지 않는 노동자의 투사로 변신했을까. 40대 초반이지만 소녀 같은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야무진 언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42·사진)를 만나봤다. 》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가장 주목하는 정치인”이라고 극찬했지만 단식과 육탄돌진 등 극한 상황에 앞장서면서 “과격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7월 27일로 대표 취임 1년을 맞은 이 대표를 1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그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장하는 ‘대통합론’(야권을 하나의 정당으로 통합하자는 주장)에 대해 “국회의원 자리 몇 개(지분) 보장할 테니 진보정당을 포기하라는 건 진보정당의 싹을 완전히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민주당과는 선거연대를 잘해서 총선, 대선을 치르는 게 합리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말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 과정에서 의원 명패 5개를 바닥에 던져 부숴 폭력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는데….

“MB(이명박 대통령) 악법이 밀려들어오고 예산안 등이 날치기 처리됐다. 말로 할 수 없을 때 점잖게 보고만 있는 게 최선일까 하는 고심이 있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8월 상임위 상정을 예고했다.

“한나라당이 요만큼(손가락 끝 일부분을 가리키며)의 기대마저 떨어뜨리는 일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민노당은 자유무역협정(FTA)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에 대해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집에서는 두 아들의 엄마. 하루 일과를 묻자 “오전 6시 일어나 늦게 잔다. 그래도 현안이 없는 요즘은 집에 좀 일찍 들어간다. 밤 11시경에”라며 웃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집에서는 두 아들의 엄마. 하루 일과를 묻자 “오전 6시 일어나 늦게 잔다. 그래도 현안이 없는 요즘은 집에 좀 일찍 들어간다. 밤 11시경에”라며 웃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FTA는 어떤 나라와,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떤 내용으로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한미 FTA의 경우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등 ‘독소조항’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 우리가 갈 바가 못 된다고 본다.”

더 민감한 질문을 던져봤다.

―민노당은 2008년 이른바 ‘종북(從北)주의’ 논란으로 쪼개졌다.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침묵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은 없나.

“종북주의는 진보신당으로 나간 분들이 말한 명분이지만 그건 공안 세력의 언어다. 또 체제 문제는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어떻게든 풀어나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위해 전략적으로 침묵한다는 거냐.

“그렇다.”

―민주당 손 대표도 ‘원칙적 포용정책’을 강조하면서 ‘종북진보’란 용어를 썼는데….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간첩 사건인 ‘왕재산 사건’과 관련해 민노당 인천지역 간부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민노당의 ‘종북주의’ 노선이 반영됐기 때문 아닐까.

“사건의 명칭도, 간첩사건인지도 모르겠다. 통합 진보정당과 야권연대를 겨냥한 흠집내기다.”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보나. 분단은 현실인데….

“그렇다. 국보법은 대단히 자의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 또 과거 중국, 소련이 적이었을 때와 달리 지금 국보법이 상정하는 적은 북한뿐이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있었다. 북한을 동포로만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북한은 동포로서 대화의 대상이자 적이라고 하는데 이중적 지위를 말하는 것은 분열적 판단이라고 본다.”

북한 문제에 대한 이 대표의 생각은 요지부동이었다.

―통합 진보정당 논의에 유시민 대표의 국민참여당이 끼어든 모양새인데 참여당은 진보정당인가.

“과거에 진보정당이었느냐를 따질 이유가 많지 않다. 신자유주의 체제,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그렇다면 민주당과의 통합도 가능한 것 아닐까.

“당원 민주주의는 진보정당의 핵심 구조다. 민주당은 그게 어렵고, 지역주의란 한계도 있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관악을이 아닌 서울 강남 등 진보 진영의 취약 지역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진보정당 소속으로 수도권 당선은 쉽지 않다. 관악을은 시민사회 지역운동 뿌리가 깊은 곳이고 제가 자라온 곳이다.”

―‘강남 좌파’는 실제로 존재하나. 많은 사람들이 조국 서울대 교수를 대표 인물로 떠올리는데….

“상당히 많은 수로 존재한다(웃음). 조 교수는 진보적이고 내공 있는 학자다. 더 많은 분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통합 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조 교수를 영입한다는 거냐.

“(사람을) 특정하면 조 교수가 부담스러워할까(웃음).”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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