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2일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재산의 법적 처분을 단행하겠다며 72시간 안에 남측 관리 인력의 전원 철수를 요구했다. 관광사업 재개를 압박하며 처분 시한을 연장해 오다 결국 실제 집행에 들어가겠다는 최종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이에 정부는 “법적, 외교적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를 둘러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파국 치닫는 금강산 관광사업
북한은 이날 오전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남측 기업들의 재산 및 이권 보호를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인정하고 이제부터 남측 부동산과 설비, 윤전기재를 비롯한 모든 재산에 대한 실제적인 법적 처분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미 몰수 혹은 동결 상태인 남측 재산을 다른 사업자에 팔거나 임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담화는 또 21일 0시부터 금강산 내 남측 물자와 재산에 대한 반출을 중지하고, 남아 있는 인력은 72시간 안에 나가야 한다고 통보했다. 북측은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제26조와 제40조 등 관련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강산관광사업이 오늘의 사태에 처하게 된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 괴뢰보수패당에 있다”며 책임을 남측에 떠넘겼다.
북한은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같은 내용이 담긴 통지문을 보냈다. 북측은 전통문에서 “조치에 응하지 않거나 재산을 파손시킬 경우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발전기 같은 중요 설비를 반출하거나 해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현지 남측 인력 신변안전 최우선”
통일부는 “법적, 외교적 조치를 포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의 일방적인 조치는 매우 유감이고 정부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정부는 국제상사중재위원회 제소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국제법정으로 가져가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외교채널을 통해 국제사회에 협조를 요청하는 절차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북한이 금강산 관광사업 계약의 무효를 선언하고 해외관광객 유치에 나서자 중국에 공한을 보내 “금강산관광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일단 북한이 실제 어떤 식으로 처분에 나서는지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국민이 아직 금강산 지역에 체류 중인 상황에서 이들의 신변안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4800억 원의 자산 놔두고…
북한이 처분을 단행하겠다고 한 남측 자산은 투자액을 기준으로 4841억 원에 이른다. 현대아산이 금강산호텔 등에 모두 2269억 원을 투자했고 정부가 이산가족면회소와 면세점, 문화회관 등에 1242억 원을 투입했다. 현대아산이 전기공급을 위해 고성항 부두에 갖다놓은 발전차량(1700kW급 발전기 탑재) 3대도 중요 자산 중 하나다.
북한이 당장 이 시설을 활용해 해외관광객을 끌어들이거나 해외투자자에게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각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초호화 금강산 사업을 지시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그러나 투자성이 낮아 지금까지도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상태다. 북한은 미국 영국 일본 중국 홍콩 등의 투자기업인과 관광회사 관계자 수십 명과 각국 주요 언론을 초청해 시범여행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현지의 현대아산과 에머슨퍼시픽 관계자들은 철수 시한(24일)이 끝나기 전에 모두 귀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은 “북측에 있는 인력(한국인 14명과 중국동포 2명)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정부와 절차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