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혼란에 빠졌던 한나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조기 사퇴 및 10월 보궐선거 정면 돌파로 급속히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5일 오후 오 시장과 통화를 하고 사실상 오 시장의 조기 사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이에 앞서 홍 대표는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만나 오 시장 사퇴시기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수석은 오 시장의 조기 사퇴와 10·26 서울시장 보선을 받아들이는 게 민심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홍 대표도 고심 끝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거부한 데 대해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홍 대표에게 직접 만나자고 제안했으나 홍 대표는 ‘굳이 그럴 필요 있느냐’며 다음에 보자고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홍 대표와 일부 당 핵심 인사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10월 보선은 안 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일부 서울지역 의원도 이에 동의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들과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 “오 시장이 잔무를 마치고 자기가 한 업무에 대한 국정감사를 받은 뒤 사퇴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보선을 내년 4월로 미루면 6개월 이상 시장대행 체제가 불가피하고 행정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꼼수로 인식될 수 있다”는 취지로 우려를 나타냈다.
홍 대표는 내심 10월 보선에서 서울시장을 야권에 내줄 경우 취임 3개월 만에 지도력이 와해되고 내년 총선 구도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왔다. 그러나 명분을 앞세우는 홍 대표 특유의 정치 스타일상 ‘꼼수 대표’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그만큼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25.7%라는 주민투표율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논리도 조심스럽게 퍼지고 있다. 이번에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대부분 한나라당 지지층이라고 할 때 10월 재·보선 투표율을 50% 정도로 가정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이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민투표 투표율과 관련해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도 여권의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서울시의회와 구청장, 교육감까지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서울시장까지 민주당이 접수하는 것에 대한 견제심리가 조성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일각에선 “이왕 치를 보선이라면 내년 총선과 함께 치르는 것보다는 올해 10월에 선거를 치르는 게 그나마 리스크가 적다”며 10월 보선을 선호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과 서울시장 보선을 함께 치렀다가 자칫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박근혜 대세론’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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