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자마자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이 거명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내년 총선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어서 선거 양상이 앞으로 남은 큰 선거의 그림을 예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여권, 출마 선언한 후보는 없지만…
우선 한나라당에선 나경원 최고위원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서 오 전 시장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대중적 인기가 최대 강점이다. 그러나 주민투표에 앞장섰다가 상처를 입었다. 나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주민투표 결과로 나타난 서울시민들의 민심을 잘 받들어 10월 보선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만 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거론되지만 7월 전당대회 출마 때 차기 총선과 함께 서울시장 선거에도 불출마하겠다고 밝힌 점이 걸림돌이다. 원 최고위원은 “당시 결심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서울 3선인 박진 권영세 의원도 거론된다.
‘외부 수혈론’ 차원에서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전 국무총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대통령문화특보가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거론된다.
○ 잔칫집 민주당은 출마 러시
주민투표 승리로 잔칫집 분위기인 민주당은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높고, 당선될 경우 차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4선의 천정배 최고위원과 김한길 전 의원이 이미 25일 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천 최고위원은 경기 안산에서 내리 4선을 했고, 안산에 지역구를 그대로 둔 채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천 최고위원은 “내년 대선, 총선의 전초전인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단순히 서울시장 선거가 아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당 안팎에선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서울지역 3선인 추미애 의원은 31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출마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각종 청문회 때 송곳 공세를 펴 인지도가 높은 박영선, 재선의 전병헌, 서울 시내 구청장을 5번(중구청장 1번, 송파구청장 4번)이나 지낸 김성순 의원과 두 차례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무릎을 꿇었던 이계안 전 의원 등도 “출마를 검토 중”이라며 문을 열어 놨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 오 전 시장과 격돌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추대론도 나온다.
외부인사 영입 논의도 무성하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조국 서울대 교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 밖의 참신한 인물을 영입할 경우 야권 통합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데다 당내 인사들 중엔 ‘필승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현실적 고민이 담겨 있다. ○ 여(女)-여(女) 대결? 야권 후보 단일화?
한 언론사가 25일 실시한 차기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4위까지가 모두 여성이었다. 민주당 소속인 한명숙 전 총리가 12.4%로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했고, 이어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10.6%), 민주당 추미애(3.9%) 박영선(3.1%) 의원이 뒤를 이었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6·2 서울시장 선거 때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전 대표)가 끝까지 단일화를 거부(득표율 3.26%)했고, 이것이 민주당 후보였던 한명숙 전 후보가 오세훈 시장에게 석패(0.6%포인트 차)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노 전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해 선거에서 패배한 사람으로서 죄송함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방법이라도 선택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엔 단일화 실패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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