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5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여부 결정의 가장 큰 고민은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라고 했다.
그는 이날 보도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 출마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저의 심정적 동료, 마음속 깊은 응원자인데 제가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안 원장에 따르면 박 변호사는 최근 백두대간 종주를 하던 중 숙소로 내려와 자신에게 두 통의 e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안 원장은 구체적인 e메일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장문의 e메일을 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그분(박 변호사)의 뜻은 확고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안 원장은 박 변호사에 대해 “서울시장직을 정말 잘 수행하실 분”이라며 매우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안 원장은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다”라며 “결심을 신중하게 하시는 분인데, 만일 그분이 결심을 했다고 하면 그분으로서는 이번이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을 활용할 유일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충돌해서 다시는 그분이 (서울시장이 될) 기회가 없게 되는 것보다 당선이 아슬아슬할 수는 있지만, 정말로 그분이 원하시면 그쪽으로 밀어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는 일단 박 변호사의 출마 의지의 강도에 따라 자신이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접을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 중인 박 변호사는 아직 ‘안철수 바람’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한 게 없지만 주변에선 그의 출마 선언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박 변호사의 측근인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박 변호사가 99%는 출마할 것으로 본다”면서 “박 변호사가 8, 9일에 곧바로 기자회견을 할 것이며 그 전에 안 원장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당초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뒤 10일경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서울시장 선거 판도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태도를 일찍 밝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둘 중 누구로 정리될 것이냐다. 일단 안 원장은 박 변호사를 최대한 예우하며 ‘양보론’을 폈다. 최근 각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은 30%를 넘어서고 있지만 박 변호사는 5% 미만에 머물러 있다. 안 원장은 “출마 여부를 고민할 때 당선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추호도 없다. 이는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가 돼서 시장에 당선될 수 있다고 해도 (출마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할 때 이런 지지율 격차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또 지지층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3년부터 박 변호사가 주도한 ‘아름다운 가게’ 일을 안 원장이 도우면서 시작됐다. 안 원장은 “아름다운 가게에 안철수연구소가 참여하면서 최고경영자(CEO)로서 일일 점원으로 참여했었다”며 “최근에는 박 변호사가 희망제작소를 만들고 ‘안철수와 함께하는 소셜디자이너스쿨(SDS)’을 만들어 매주 강의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변호사는 서울시장, 안 원장은 대선 출마라는 역할을 맡아 함께 제3정치세력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 원장은 “이번에 어떤 식으로든 결정되면 (내년 대선 부분은) 앞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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