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시장 불출마]安이 차린 단일화 밥상, 한명숙 수저 얹을까 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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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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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두가 양보한 희한한 단일화, 범야권 단일후보 불지펴

박원순 변호사(오른쪽)가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운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민주당 제공
박원순 변호사(오른쪽)가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운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민주당 제공
지지율 40%에 육박하는 유력 후보가 최대 지지율 5%대에 불과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기존 정치판의 룰로 볼 때는 상식을 깨는 것이다. 여론조사만으로 단일 후보를 결정지은 2002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간 단일화 협상만 해도 오차 범위 이내일지라도 조금이라도 지지율이 높은 쪽을 단일 후보로 결정하기로 합의했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번 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비롯한 여야의 유력 예비주자들을 압도했다. 안 원장의 지지율은 36.7∼39.6%. 반면 박 변호사의 지지율은 2.1∼5.5%에 불과했다. 그간 정치권의 관례에 비춰볼 때 지지율이 10배 이상이 뒤지는 쪽으로 단일화가 된 것은 ‘사건’이다.

5일 안 원장과 박 변호사 간 단일화로 인해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 변호사는 안 원장과 단일화를 발표하기 1시간 전인 이날 오후 3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 전 총리와 3자회동을 갖고 범시민 야권 단일후보를 통해 한나라당과 1 대 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의 선택이 야권의 보선 구도에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후보 경선에 직접 뛰어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한 전 총리와 가까운 백원우 의원은 “한 전 총리는 여전히 출마와 불출마를 고민하고 있으며 박 변호사의 경쟁력과 민주당 내 후보군의 움직임 등이 한 전 총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가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 탄력을 받아 지지율이 급상승할 경우 굳이 한 전 총리가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야권 대통합 추진모임 ‘혁신과 통합’ 발족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서울시장 출마 관련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했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은 국민참여경선으로 하되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유권자 전화면접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 내부 경선 뒤 통합 경선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한 방식이다.

특히 이날 단일화 합의는 향후 대선 정국에도 상당한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의 ‘양보’가 사실상 내년 대선 출마로 직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서울시장 판도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 구도에도 격랑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지지율을 볼 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체제로 이어져온 대선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또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포기 선언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바람이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한나라당 이윤성 의원 트위터)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문 이사장과 안 원장 중 누가 야권 대선 후보가 되는 게 유리할지를 헤아려보는 기류도 있다. 두 사람이 모두 부산 출신이라는 데 거는 기대도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영남 출신 야권 후보가 나올 경우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영남 후보 필승론’에 기인한 것이다. 두 사람의 1차전은 일단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도 있다. 안 원장이 박 변호사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래저래 손학규 대표 등 당내 대선주자들에겐 잠 못 드는 밤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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