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도착하자마자 목이 타는 듯 물 한잔을 들이켰다. 이어 사전에 준비한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5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회견이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는 안 원장이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의자에 앉지 않고 한쪽으로 비켜서 있었다.
안 원장은 이 자리에서 “박 변호사는 시민사회 운동의 새로운 꽃을 피운 분으로,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대신 제 삶을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신 기대를 잊지 않고 사회를 먼저 생각하고 살아가는, 정직하고 성실한 삶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안 원장은 박 변호사와 포옹하며 지지를 보냈다. 옆에 서 있던 ‘시골의사’ 박경철 씨가 울먹이자 박 씨와도 끌어안았다. 박 씨는 ‘왜 우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원장이) 예쁘잖아요”라고 말했다.
안 원장이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간 뒤 박 변호사는 “잠깐 동안 대화를 통해서도 안 원장과 진심이 통했고 정치권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합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박 변호사는 ‘민주당에 입당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말하겠다. 조만간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 내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안 원장과 박 변호사의 만남은 20여분 만에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는 이날 회동에 박경철 씨와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이 배석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먼저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왜 출마하려고 하는지 10여 분간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안 원장은 곧바로 “아무런 조건 없이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변호사님을 잘 아니 더 이상 설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변호사님의 의지가 얼마나 굳건한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입니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 논의가 훨씬 속전속결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남은 포인트는 안 원장의 불출마 선언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박 변호사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냐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변호사의 성향이 진보 쪽에 치우쳐 안 원장에게 쏠렸던 중도층이 박 변호사에게로 대거 옮겨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는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하는 안 원장의 메시지를 실현하기에 진보적 성향이 강한 박 변호사는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안 원장에 대해 호감이 컸지만 박 변호사는 다르다는 얘기다.
안 원장이 서울대 교수라는 공무원 신분으로 직접 선거운동에 나설 수 없는 점도 안 원장의 지지율이 박 변호사에게로 옮겨가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 내 예비후보들이 야권 단일후보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지지율이 높지 않은 박 변호사를 집중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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