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 리포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1986년 살지도 않은 주택에 혼자 전입신고… 두달뒤 다시 옮겨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986년 1∼3월 혼자 주소지를 옮겼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주택. 김 후보자 측은 “당시 그 집에서 실제 거주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986년 1∼3월 혼자 주소지를 옮겼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주택. 김 후보자 측은 “당시 그 집에서 실제 거주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8·30 개각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금래 후보자(59)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총장 등을 지내 여성계에선 잘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에겐 낯선 인사다.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비교적 조용한 의정활동을 펼쳐 왔다. 선출직이나 고위공직자로 일한 적이 없어서 언론과 정치권의 집중 검증을 받은 경험도 없다. 동아일보 인사검증팀은 김 후보자의 도덕성에 하자가 없는지를 살펴봤다.

○ 복잡한 주소 변경

김 후보자의 신상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주소 변경이 복잡하다는 점이다. 국회에 제출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1984년 10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삼익아파트로 전입했다가 1986년 1월 14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단독주택으로 주소를 옮겼다. 이어 2개월여 뒤인 같은 해 3월 21일 다시 명일동 삼익아파트로 전입했다. 김 후보자가 주소를 옮긴 기간에 배우자인 송창헌 금융결제원장은 계속 명일동 삼익아파트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기록으로 보면 김 후보자 혼자 2개월여 동안 다른 곳에서 살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담당하는 야당 의원들은 “위장전입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동아일보 검증팀은 남가좌동 현지를 찾아갔다. 1층은 중국음식점, 2층은 주택으로 돼 있는 허름한 2층 건물이었다. 1층 면적은 90.58m²(약 27평), 2층 면적은 65.42m²(약 20평)이다. 주변 주민들에게 실제로 김 후보자가 이곳에 거주했는지를 알아봤으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 현재 집주인도 “2002년에 이사를 왔기 때문에 모른다”고 했다.

김 후보자 측에 주소를 바꾼 이유를 물었다. “당시 남가좌동에 친정집이 있었는데 주소를 옮긴 이유는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배우자인 송 원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송 원장은 “아내가 실제로 남가좌동 집에 거주하지는 않았다. 사소한 일로 잠시 주소를 이전했던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1992∼1993년에도 김 후보자는 짧은 기간에 여러 차례 주소를 변경한 것으로 돼 있다. 김 후보자는 1993년 7월 9일 명일동 삼익아파트에서 노원구 중계동 신동아아파트로 주소를 바꿨다. 2주 뒤인 7월 23일 명일동 삼익아파트로 돌아갔다가 8월 22일 중계동 신동아아파트로 또다시 옮겼다. 자녀 교육 문제 등 이유로 위장전입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지를 찾아 주민들과 공인중개업자 등을 상대로 탐문했다. 하지만 이들은 “중계동의 교육환경이 좋아진 것은 2001년 이후”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 측은 “명일동에서 중계동으로 이사를 가는 과정에서 전입·전출 관련 행정처리에 오류가 생기면서 서류상 복잡하게 기록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 예금만 12억…“소득 많아 문제없어”

김 후보자는 이번 입각 대상자 4명 가운데 가장 재산이 많다. 김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1일 현재 배우자 명의의 서울 여의도동 아파트 8억5600만 원과 예금 11억8497만 원(본인 3억4441만 원, 배우자 8억4056만 원) 등 21억7580만 원이다.

특히 예금이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08년 7월 28일 재산신고 당시 예금은 부부 합산 5억9512만 원이었다. 3년여 만에 부부 합산 예금액이 5억8985만 원이나 증가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두 딸이 다 성장했고, 부부의 소득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만 김 후보자 부부의 합산 소득은 송 원장의 한국은행 퇴직금을 포함해 총 5억378만 원에 이른다.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이 부부 합산 9555만 원에 이르는 등 소비도 많지만 그래도 ‘여윳돈’이 넉넉하다는 것이다.

두 딸의 예금이 많아 편법 상속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따져봤다. 올 3월 국회에 신고한 김 후보자의 재산 명세에 따르면 장녀(31)의 예금액은 1억3655만 원, 차녀(29)는 1억2514만 원이다. 확인 결과 장녀는 2004년부터 시중은행에 근무하다 올해 영국문화원으로 직장을 바꿨으며 차녀는 2006년부터 줄곧 시중은행에 근무하고 있다. 연봉은 두 딸 모두 4000만 원대라고 김 후보자 측은 설명했다.

정가에서는 김 후보자 두 딸의 은행 근무 경력에 대해 ‘한국은행 부총재보 출신인 아버지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떠돈다. 김 후보자 측은 “두 딸 모두 명문대를 나왔으며, 공채를 통해 입사했다”고 해명했다. 장녀는 영국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경영정보학과, 차녀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배우자 송 원장이 지난해 4월 금융결제원장으로 임명될 당시 일부 언론에서 금융결제원 노동조합의 주장을 근거로 ‘낙하산 인사설’을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송 원장은 1973년 한국은행에 입사해 부총재보까지 지냈다. 전임자인 김수명 이상헌 전 금융결제원장 등도 한국은행 부총재보에서 금융결제원장으로 옮겼다. 금융결제원 노조 관계자는 “한국은행 출신이 금융결제원의 수장을 맡는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 송 원장 개인에 대해 문제 삼은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 김 후보자 주요 발언-행적 ▼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을 따져보기 위해 3년 3개월 동안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에 얼마나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임했는지를 조사했다. 주요 발언과 행적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김 후보자는 2008년 18대 국회에 입성한 뒤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지난달 30일까지 총 149차례의 본회의 중 142차례 참석해 95.3%의 출석률을 보였다. 여성가족위, 보건복지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를 거치면서 총 170차례 열린 상임위 전체회의 중 154차례(90.6%) 참석했고, 36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은 김 후보자에 대해 “책임감 있고 원만한 성격에 여성의 권익 향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다만 성품이 온화해 힘 있게 밀어붙이는 데는 약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자와 가까운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은 “평소에는 굉장히 온화하지만 여성의 불이익에 대해서는 본인 의견을 매우 명확히 밝힌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그동안 여성의 이익보다 정부·여당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한다. 대표적 사례로 2009년 4월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사건을 거론하며 “재수가 없으면 걸린다” “나도 접대 많이 해봤다”고 발언한 사건과 관련해 야당이 여성위(현 여성가족위) 소집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 여성위 위원들이 전원 불참해 회의가 무산됐다. 당시 김 후보자는 한나라당 여성위 간사였다.

또 지난해 12월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이른바 ‘자연산’ 발언을 했을 때 안 대표의 특보였던 김 후보자가 “가볍게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웃는 분위기였다. 성희롱 등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안 대표의 비유는 부적절한 것이었지만 성희롱을 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뒷부분만 보도돼 오해를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2007년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서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으로, 2008년 1월부터는 대통령직인수위 비서실 여성팀장으로 활동하며 김윤옥 여사를 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김 여사와 ‘각별한 관계’라는 점이 인선 과정에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진보신당은 개각 논평에서 김 후보자를 “김 여사의 그림자”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여성계에서 오래 활동한 점,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한 각종 정책 수립에 적극 관여한 점 등이 인선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 김 후보자 정책 주요 주장 ▼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여성계를 대표해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진출한 뒤 여성·청소년·가족 관련 법안 14건을 제출했다. 학교에서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가정폭력 피해자를 긴급히 구조할 필요가 있을 경우 경찰관의 동행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은 지난해 4월 통과됐다.

1999년 폐지된 군 복무 가산점제를 대신해 제대지원금을 도입하자는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 개정안은 화제가 됐다. 사회적응자금으로 약 230만 원을 제대군인에게 지급하는 내용이다. ‘보상으로 충분하냐’를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진척이 없는 상태다.

성매매로 처음 적발된 경우 ‘재범 방지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내용의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성매매를 없애려면 처벌보다 교육이 효과적이라는 접근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도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그는 장관에 취임할 경우 이 법안들에 “계속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유해매체 음반 심의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김 후보자는 “심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면서 “개선 방안이 발표된 만큼 전문가 및 관련업계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11월 시행되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대(자정∼오전 6시) 게임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에 대해서는 “게임중독을 막으려면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에서 ‘셧다운제’ 통과 당시 찬성표를 던졌다.

:: 인사검증팀 ::

▽정치부 장택동 조숭호 황장석 동정민 홍수영
▽사회부 박진우 김재홍 유성열
▽교육복지부 우경임
▽문화부 민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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